[윤호 기자]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더 많은 별점을 얻을 사람은 누구일지 계산이 분분하다.

'핵무기없는 세계'와 관련한 '유산 만들기' 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 성과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원폭을 투하한 나라의 현직 대통령을 데려와 일본인들의 마음을 달래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교는 최소한 자국내에서 후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죄 외교'로 여겨질 리스크를 감수한 채 지난 27일 히로시마를 방문, 7년 전 프라하에서 천명한 '핵무기없는 세계'의 구호를 재확인했다. 세계 유일의 전시(戰時) 피폭국인 일본의 피폭 장소에서 내 놓은 메시지라는 점에서 그 울림은 컸다. 

히로시마평화연구소 부소장인 미즈모토 가즈미(水本和實·59) 히로시마시립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이번 방문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 점에 대해 "히로시마의 피폭 체험을 인류사에 존재하는 여러 비참한 체험 중 '특필'할 일로 규정하고, 그 중요성을 지적한 것"을 꼽았다. 결국 오바마는 자신의 메시지가 가장 힘을 받을 수 있는 장소를 택해 반핵 운동에 일정한 동력을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동적 수사로 반전(反戰)과 반핵 메시지를 전하면서 그 실현 방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지적이 불가피해보인다. 사실상의 임기 마지막해에 새 공약을 내 놓고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점도 있도 있지만 오바마가 핵무기 철폐를 위해 현실적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침묵한 것은 아쉬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오바마의 '유산 만들기' 측면에서 이번 히로시마 방문은 '절반의 성공'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반면 아베 총리는 미일동맹의 견고함을 자국민과 세계에 과시함으로써 외교 면에서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을 앞두고 터진 오키나와(沖繩) 미국 군무원의 일본인 여성 살해 사건과 관련, 여론이 요구하는 미일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카드를 꺼내지 않는 등 오바마의 방일 기간 미국으로부터 '실리'면에서는 얻은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오바마가 히로시마에서 한 말과 행동은 미일동맹 강화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는 아베에게 정치적으로 큰 힘을 실어줬다. 

거기에 더해 아베는 원폭을 투하한 나라 현직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킴으로써 자국민들에게 '위로' 또는 '카타르시스'를 주는데도 성공했다. 

결국 이 같은 성과가 괄목할만한 지지율 향상으로 이어질 경우 아베는 자신의 정치인생 최대 목표인 개헌에 분수령이 될 7월 참의원 선거 전망에 청신호를 켤 것으로 보인다. 

미일관계에서 한 편의 '드라마'가 상영되는 동안 한국 외교에는 성과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우선 오바마가 히로시마 연설을 통해 한국인 희생자의 존재를 거론한 것은 오바마의 히로시마행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한국인의 우려를 일부나마 덜어준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의 한국인 위령비 방문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같은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미즈모토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인 위령비를 찾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웠고, 그가 거론한 '수천명'이라는 희생자 규모에 대해 한국내에서 '실상보다 적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도 "(오바마가 연설에서) 한국인 희생자에 대해 명확히 언급한 것은 크게 평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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