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준삼 특파원) 해외에서 근무하는 북한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집단 탈출했다는 소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중국 곳곳에 산재한 북한식당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제재로 매출이 급감하고 일부 식당들이 줄폐업하는 상황에서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 사태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 9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시타제(西塔街)에 있는 한 북한식당 앞.

9일 정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시타제(西塔街)에 있는 한 북한식당. 손님들로 한참 붐벼야 할 시간이었지만 식당 안은 한산했다.

1층 식당 홀의 테이블 10여 개는 텅 비어 있었다. 식당 한쪽 구석에선 관리인들로 보이는 남녀가 노트북 컴퓨터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여종업원 안내를 받아 올라간 2층에서도 손님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한 여종업원은 "북한식당 직원들이 여럿 탈출해 한국으로 간 사실을 아느냐"는 물음에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어진 질문에는 "머리가 어떻게 된 사람들"이라는 비난 조의 답변이 돌아왔다.

북한 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소식은 이미 북중 접경지역에 밀집한 북한식당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듯 했다.

"TV를 통해 관련 소식을 알았느냐"는 물음에는 "여기선 TV를 볼 수 없다"고 대꾸했다.

"동료들과 이번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느냐"고 묻자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이 여종업원과의 짧은 대화는 동행한 조선족 사업가를 통해 중국어로 진행됐다.

비슷한 시각,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에 위치한 북한 전문식당 옥류관은 평소와 다름 없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여종업원 두 명이 식당건물 앞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한 여종업원은 "1층은 아직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15일부터 다시 1층도 다시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손님들을 2층으로 안내했다.

2층에서도 4~5명의 여종업원이 웃음 띤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 베이징 옥류관

옥류관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꼽혀왔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추진된 뒤에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이 날도 한국손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손님이 앉아있는 테이블 자체가 몇 개 되지 않았다.

한 여종업원은 "요즘 한국 손님이 많이 오지 않을 텐데 영업은 괜찮은 것이냐"는 물음에 "괜찮다"고 대꾸했다.

북한 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소식이 알려진 뒤 일각에서는 북한정부가 일부 종업원들에 대한 일시 귀국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날 선양이나 베이징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그런 동향은 감지할 수 없었다.

베이징의 한 대북소식통은 "베이징 내에서 (집단탈출로 인한) 구체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엄격한 '성분 검증'을 받은 뒤 해외에 근무하게 된 북한의 종업원들이 집단탈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북한당국과 북한식당들이 받은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정부가 이미 중국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을 포함한 전세계 외화벌이 일꾼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사상 교육을 실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베이징 관측통은 "이번 집단탈출 사태로 북한의 다른 해외 종업원들도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하는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입국했다고 통일부가 8일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게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해외식당에서 근무 중이던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귀순했다"며 "이들은 남자 지배인 1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으로, 4월 7일 서울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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