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봉석 기자)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한 달째를 맞아 '대미 협상'을 거론하고 대화 기조로 국면 전환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한 달째인 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 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최고 행정 집행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통과 이후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 7일 성명(3천100여자) 발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대변인 담화는 앞서 나온 성명보다는 격(格)은 떨어지지만, 분량을 6천800여자로 2배나 늘려 뭔가 신호를 보내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양국 군의 키리졸브(KR)ㆍ독수리(FE) 연합훈련 시작 한 달 전에 나온 국방위 성명은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전쟁 도발 광기에 전면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을 잇달아 발사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휘 아래 한국을 겨냥한 상륙 및 상륙저지 훈련을 벌이는 등 잇달아 저강도 도발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다 김 제1위원장은 제5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국방위 대변인 담화는 '안정', '협상' 등 유화적인 수사가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담화는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무자비한 징벌의 불벼락' 등 각종 위협적 언사로 도배됐던 국방위 성명과 확연하게 달라진 어투이다.

이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이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종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다음 달 7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노동당 7차 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4일 "대북 제재 한 달을 맞아 제재 효과가 없음을 주장하면서 대화 준비도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무력시위로 맞대응해온 북한이 당 대회를 앞두고 국면전환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해법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자고 제안한 중국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고는 못하지만, 중국에 힘을 실어주려는 취지"라며 "(향후) 상황의 진전에 따라 북한이 미국·중국과의 협상에 관심이 많다고 나올 수도 있고 이달 말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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