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비싼 전세 사느니 좀 더 보태 집 사자"라는 말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전세난의 여파로 가파르게 치솟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1년 8개월 만에 꺾였다.

특히 중산층 이상이 많이 사는 중ㆍ고가 아파트가 내림세를 보였다. 부동산 상승세를 지속하던 대구 지역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약 4년 반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6일 KB국민은행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보면 2월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억8천803만원으로, 전월인 1월 가격(2억8천820만원)보다 17만원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중위 가격이 하락한 건 지난 201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의 하락 폭은 전국 아파트 하락 폭보다 더 컸다. 7.8배나 더 떨어졌다. 1월 5억4천81만원에서 한 달 만에 5억3천948만원으로 133만원 하락했다. 역시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첫 하락이다.

중위가격은 중앙가격이라고도 하며 아파트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로 중간가격대, 혹은 고가 아파트들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월 서울 아파트의 4, 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전월에 견줘 떨어졌다.

매매가격 순으로 상위 20%~40% 범위에 있는 4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월 6억2천694만원에서 6억2천683만원으로 1년3개월 만에 11만원 하락했다.

상위 20%내에 포함되는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월 10억5천489만원에서 10억5천400만원으로 89만원 떨어져 하락 폭을 키웠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강민석 부동산연구팀장은 "아파트 매매가가 생각보다 빨리 꺾이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과 4, 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만 하락한 건 아니다. 일부 도시의 평균 매매가도 2월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작년 거침없이 상승했던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2월 2억8천505만원으로, 1월(2억8천550만원)에 견줘 45만원 떨어졌다. 대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경북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1억7천995만원에서 1억7천937만원으로 하락했다. 충북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1억7천309만원에서 1억7천296만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는 2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대출 소득심사가 깐깐해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공급물량이 최근 많이 늘어난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정락 연구위원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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