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민과 충청도지역감정을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하려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떼쓰기를 해서 세종시에 행정부처들을 이전하는 해국적(害國的) 계획을 원안대로 시행하도록 만들더니,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를 충청도에 유치하기 위해 또다시 떼를 쓰고 있다.  


충청도 사람들과 그들의 지역감정을 정치입지 강화에 이용하려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세종시에 행정부처들을 이전하지 않는 것에 양해를 해주면 그 지역에 과학비지니스벨트를 건설해주겠다는 행정부의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안을 외면하고 세종시 건설 계획의 원안을 고집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 충청남도에 과학비지니스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절이 들어있는 것을 빌미로 세종시 중심으로 과학비지니스벨트를 구축하라고 떼를 쓰고 있다. 한 마디로, 꿩 먹고 알도 먹겠다는 몰염치한 작태이다. 


이러한 몰염치한 작태는 도덕적으로 나쁠 뿐만 아니라 국가이익을 해치는 나쁜 것이다. 세종시에 많은 행정부처가 이전한 데 더하여 그 주변에 과학비지니스벨트를 구축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4중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첫째,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이전하는 데서 초래되는 행정 저효율과 그로 인한 각종 피해이다. 둘째, 국가적 견지에서 볼 때 최적지가 아닌 곳에 과학비지니스벨트를 건설하는데서 초래되는 피해이다. 셋째, 그 지역이 또 하나의 과밀도시 지역이 된다는 피해이다. 넷째, 충청지역과 타지역간의 발전수준의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충청도 사람들이 과학비지니스벨트를 충청도에 유치하고 싶었으면, 세종시에 행정부처를 이전하지 않는 대신 과학비지니스벨트를 구축해주겠다는 행정부의 세종시 건설계획 수정안을 수용했어야 했다. 엉큼하게도 그 때는 그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이제 와서 선거에서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약점을 이용하여 또 다시 국가에 해를 끼치는 요구를 관철하려고 떼를 쓰는 것은 충청도 이외지역의 모든 국민의 이름으로 비판되어야 할 작태이다. 


과학비지니스벨트 예정지 선정을 적합성을 기준으로 선정하려면 객관적 심성과 전문가적 식견을 가진 인사들로 과학비지니스벨트 지역 선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위원회로 하여금 최적지를 선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인 최적지에 건설하지 않고 정치적 고려에 근거하여 과학비지니스벨트 예정지를 선정하려면 전라도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옳다. 전라도 지역에 과학비지니스벨트를 건설하게 되면,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도 부합하고, 전라도민의 지역감정적 배척을 받는 정권이 그런 것을 개의치 않고 지역균형 발전의 대의에 따라 전라도에 혜택을 준 조치로 평가받아 장차 이 나라 각 도별 지역대립감정의 완화에 기여할 것이다. 


과학비지니스벨트를 충청도에 건설하는 것이 4중으로 국가에 해로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일부 정치인들은 충청도 사람들의 지역감정으로 인해 2012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피해를 볼 것을 걱정하여 그 벨트를 충청도에 건설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국가적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선거만 생각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에 더하여 우둔하다는 비판도 받아야 한다.  


2012년 선거는 과학비지니스벨트와 같은 사소한 문제로 판세가 좌우되는 선거가 아니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충청도에서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자선당 후보들이 압승하게 될 것이다. 과학비지니스벨트와 상관없이 한나라당과 자선당이 충청도에서 모두 후보를 내세우면 둘 다 패배하는 선거구가 많이 나올 수 있다. 대통령선거에서는 충청도민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충청도에 행정복합도시와 과학비지니스벨트를 몰아주면 타 지역 주민들의 한나라당 지지표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점을 모르고 선거를 걱정하여 충청도에 과학비지니스벨트를 주자고 말하는 것은 우둔한 짓이다.  


지역감정을 악용하는 선동세력에 이끌려 세종시 건설 계획 원안을 고수함으로써 국가에 피해를 입힌 충청도에게 또 다시 그들의 떼쓰기에 밀려 과학비지니스벨트를 준다는 것은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과 같은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행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충청지역 이외 지역의 국민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지 떼만 잘 쓰면 혜택을 보게 되는 사회는 가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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