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황철환 기자) 우리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10일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는 강수를 둔 것은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보인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부 일각에선 북한의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자금을 차단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폐쇄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개성공단은 북한이 노동자 임금 등의 명목으로 한해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주요 '돈줄'이고, 이 자금이 WMD 개발에 전용될 수 있는 만큼 양자 제재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당시만 해도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의 가동을 멈추는 것은 남북관계의 파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우세했다.

정부가 4차 핵실험에 대응해 개성공단 내 남측 체류인원을 축소하는 조치만 취한 것도 향후 남북관계를 위해 개성공단은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7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단행한 직후 정부는 개성공단 남측 체류 인원을 500명 수준으로 줄이는 조치를 취하면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전격 결정됐다.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과거와 다른 차원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사전 조치의 성격도 있다.

중국 등에 실효적이면서 강력한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면서도 우리는 남북관계를 고려해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가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게 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의 조업 중단기간은 2013년 4월 8일부터 9월 15일까지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가동이 중단됐을 때보다 훨씬 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북한에 달려 있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느냐, 개성공단을 정상 가동할 여건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냐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포기해야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나오기 전에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개성공단을 사실상 폐쇄하는 '극약처방'을 한 것은 섣부른 결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은 남북 간의 마지막 통로인데,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북한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은 카드를 쓴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사전협의하고 충분한 설득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개성공단을 중단하면 중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성과가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 당국이 겪는 고통이 우리 정부의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성공단 가동으로 북한에 유입되는 자금(근로자 임금 포함)은 연간 북한 대외무역(70억∼80억 달러) 규모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 정부의 기대처럼 중국이나 러시아가 실효적이면서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북한은 근로자 해외 파견 규모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개성공단에서 유입되던 자금을 보충할 가능성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북한은 개성공단 근로자를 중국에 파견하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이 입을 피해는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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