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20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수많은 국민들이 유신독재의 무자비한 탄압과 고문에 의해 비명에 죽어갔다”며 “18년 장기독재를 한 박정희가 이 나라 군사독재 정권의 원흉”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출범에 대해 “당시 이 나라는 세계에 부끄러운 참혹한 독재국가였다”며 “마침내 우리는 일제 치하 36년에 버금갈 만한 32년 동안이나 이 땅을 지배해온 군사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문민 민주정부를 세웠다”고 자신의 업적을 과시했다.

 
이어 “군사쿠데타가 최대의 악”이라며 “내가 취임하자마자 군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는 등 한국 민주주의의 암 덩어리를 전광석화처럼 잘라내 비로소 이 나라에 다시는 군사쿠데타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나라당 내 차기 대권주자들의 조기 경쟁 분위기와 관련, “2년이나 남은 대선이 조기에 과열되는 것은 나라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중을 당부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새해는 남북관계에 있어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지금은 무엇보다 안보가 중대한 시기”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정한 신년휘호 ‘정자정야’를 언급, “정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정의로워야 하고 정치는 나라를 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뜻”이라며 “새해는 우리나라 모든 분야가 정직하고 반듯하게 우뚝 서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기원했다.

 
한편 자신의 과거 통일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모임인 이날 행사에는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박 진·안경률·이종혁 의원, 무소속 이인제 의원,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김봉철 기자 (bck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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