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김선한 기자) 북한은 지난 25년 넘게 무인기(드론) 개발과 성능 개량에 주력해왔으며, 공습과 원거리 침투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300대 가량의 드론을 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 연구원 겸 북한군사. 정보 전문 소식지 'KPA 저널' 편집인인 조지프 버뮤데스는 북한이 지난 1988∼1990년 사이 중국으로부터 드론을 확보한 이래 개발과 성능 개발에 주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군사 통계를 인용해 북한이 현재 300대가량의 드론을 운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기고문에서 북한이 지난 1993년 말 중국의 시안(西安) ASN-104와 유사한 드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는 성능이 개량된 시안 ASN-105 모델을 토대로 '방현 2'(Panghyon-2)라는 자체 드론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듬해(1994년)까지 북한은 시리아군으로부터 소련제 무인정찰기 Tu-143 레이스(Reys)를 확보해 이를 핵탄두나 생물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무장 드론으로 고쳤다고 추정했다.

북한은 또 같은 해(1994년) 러시아의 쿨론과학연구소(KRI)로부터 수출용 프첼라-1T(Pchela-1T) 드론 10대를 도입했다. 야코레프 설계사무국이 개발한 프렐차-1T 기종은 모니터를 통해 통제할 수 있지만, 야간 비행 능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특히 지난 200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 프첼라-1T 기종 추가 구매 의사를 강력하게 밝혔으며, 같은 시기 쿨론과학연구소는 적외선 통제 장치를 갖춰 야간 비행이 가능한 프첼라-1IK 기종을 개발했다.

버뮤데스 연구원은 또 지난 2005년 한국 정보 당국이 입수한 전시 북한 작전 계획에는 북한이 첩보위성과 드론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지하 깊숙한 지휘소에서 군을 지휘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한국은 처음에는 북한이 다량의 무인기를 보유했다는 정보에 의구심을 표시했지만, 그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버뮤데스는 한국이 북한의 드론 운용 사실을 처음 안 것은 지난 2010년 서부전선에 미확인 드론이 발견되면서부터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당시 이 드론을 통해 북한군 포병의 사격훈련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인근 한국군 부대의 반응을 관찰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은 이 드론이 Tu-143이나 변형 모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 2012년 2월 연합뉴스는 익명을 요구한 군사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중동국가(시리아나 이집트)로부터 구입한 미국제 MQM-107 무인표적기를 모델로 하는 공격용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공격용 드론은 한 달 뒤(2012년 3월) 북한군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였다.

지난 2013년에도 북한은 TV 방송을 통해 드론이 군사훈련에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방송에서는 세 대의 드론이 이륙해 한 대가 공중에서 표적과 충돌해 파괴하고, 나머지 두 대는 산간 표적을 공격하는 장면이 소개됐다.

버뮤데스에 따르면 한국이 북한의 드론에 대해 경계심을 높인 것은 지난 2014년 4월 북한제로 추정되는 세 대의 소형 드론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연료 부족으로 추락한 이들 드론은 청와대를 포함한 중요한 전략 목표를 촬영할 수 있도록 GPS 좌표를 입력한 상태였다.

조사 결과 추락한 드론은 한국 정보 당국에게도 운용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제 스카이-09와 UV10 드론 변형 모델로 밝혀졌다. 이 드론은 특히 지난 2013년 3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의 공군부대 방문 사진에서도 밝혀졌으며, 이를 토대로 한국은 북한의 드론이 레이더 등에 걸리지 않고 한국 상공을 여러 차례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자극받은 한국은 지난해 말부터 저공으로 비행하는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망을 설치했으며, 이 덕택에 지난 13일에는 이를 탐지했다고 버뮤데스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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