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주 <본지>는 ‘직격인터뷰’를 통해 한국코헴회 서울경기지회 임원선거에서 대의원에 출마한 총 4인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편에서는 김영로 김영기 대의원 후보의 인터뷰를 게재하고, 후속 편에서는 김은기 유덕현 대의원 후보에 대해 게재할 예정이다.

[뉴스파인더 유성연 기자] ‘혈우병 환우들의 모임’ 한국코헴회 서울 경기지회는 오는 19일 서초동 사무국에서 지회장 1인과 대의원 3인을 선출하는 선거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선출된 임원들은 오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의 임기로 지회 소속 환우들을 위해 활동하게 된다.

이번에 치러지는 선거에 지회장 후보로 단독 출마한 송재청 후보는 경쟁 상대 없이 찬반 투표로 당락이 결정된다. 한편 3명을 선출하는 ‘대의원’은 4명의 후보가 경쟁하면서 1명이 탈락하게 된다.

대의원 후보로는 김은기 비대위원장과 김영로 대의원 유덕현 대의원 김영기 지회회원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의원에 출마한 후보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코헴회 현안과 미래에 대해 집중조명해 보고자 한다.

◆ 김영로 후보 “(신환자) 부모들에게 충격 최소화해주고 감정 연착륙 해주는 시스템 필요”

   
▲ 김영로 한국코헴회 서울경기지회 대의원 후보 ⓒ웹

먼저, 재임에 도전하는 김영로 후보는 한국코헴회 사무국장 출신으로 ‘실무능력이 검증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면서, ‘신환자’에 대한 부모의 심리적 충격에 코헴회가 완충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혈우병 진단을 받으면 부모는 큰 충격을 받는다. 또 아직도 혈우질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고생하는 환우들도 있다.”라며 “부모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감정을 연착륙 해주기 위한 시스템과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진단. ‘혈우병’이라는 말은 하늘이 무너지는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는 부모들에게 환우들이 안도의 말을 전하는 것은 매우 큰 역할이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질환관리에 대해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럴만한 내공을 갖게 될 기간 동안에는 주변의 환자들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계속해서 그는 “환우 밎 보호자를 위한 교육을 계몽형태로 꾸준히 해나가는 게 필요하고 이러한 계몽 활동은 대정부 민원 활동에도 큰 힘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에게 자신의 상황과 의학의 발전 등을 나누면서 치료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 그런 일들을 통해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큰 목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환자들 스스로가 치료환경을 개선시키고 권익을 넓혀간다는 것이 그의 생각.

이와함께, 오랫동안 코헴회가 겪고 있는 ‘내부갈등’에 대해, 그는 “코헴 회원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치료환경개선”이라며 “다만 목표를 이루는데 방법의 차이 때문에 가끔 서로 갈등을 빗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서 코헴 회장과 사무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회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해와 동참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사무국이 슬기롭게 해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자 한다”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국내 혈우병 환우들에게 오랫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던 이유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희귀질환과 난치질환이라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혈우병 환자들의 삶은 개선되어져 왔고, 국가로부터의 의료 지원사업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시책과 의료환경 개선 등은 환자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환자단체 외에도 ‘한국혈우재단’을 통해 혈우병 환자들이 도움을 받곤 한다. 환자 단체와 조금 갈등을 겪고는 있지만 이같은 갈등은 머지않은 시일 내에 풀어야 할 숙제이다. 재단과 코헴회가 긴장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각종 혈우병 행사에는 협조가 잘 이뤄지는 편이다. 연중 대규모 행사로는 여름캠프 의료세미나 등이 있는데 이런 행사에 서로 역할 분담을 해서 치러내곤 한다. 이런 행사 기간 동안에는 잠시나마 갈등이나 고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행사에 대해 김영로 후보는 “코헴에서 여러 행사를 하는데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그래서 가능하면 교육 프로그램 또는 계몽 활동으로 회원 모두가 참여하고 혜택을 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진행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많은 환우들이 여러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고 계몽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보험급여 삭감으로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정신적 현실적 어려움을 겪어”

이와 더불어 의료환경이 개선되었다는 평가 속에서도 만연된 어두움이 혈우병 환자들 치료에 장벽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 보험급여 삭감’이 바로 그것. 정부 발표에 따르면 해마다 건강보험의 수익은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데도,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아직 날선 ‘삭감의 칼’이 치료현장 맨 가운데 버티고 서 있다.

관록의 후보답게 혈우사회의 최대 쟁점 중 한가지인 건강보험 삭감을 집어냈다. 

“현재 혈우병환자 입원 치료 후 보험급여 삭감으로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는데 정신적 현실적 어려움을 격고 있는데 그 피해가 최종적으로 환자 치료 환경의 퇴보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영로 후보는 보험급여 삭감이 의료진에게 심한 압박을 주고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의료진이 혈우병 환자를 임상소견에 따라 소신 것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는 우리의 내일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이라 생각 한다. 말이 아닌 제도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 후보는, 얼마 전 종영된 JTBC 드라마 ‘디데이’에서 주인공 이해성(의사역 김영광)이 말한 “최소한, 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환경은 피해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대사를 떠 올렸다. 그러면서 “이 모두를 내가 다 할 수는 없지만 코헴 집행부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회원들의 공감대와 참여를 유도 한다면 목표도 이루고 서로 갈등과 불신도 해소 되리라 생각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김영기 후보 “혈우병은 평생 내릴 수 없는 배”

   
▲ 김영기 한국코헴회 서울경기지회 대의원 후보 ⓒ회원제공

서울경기 대의원 후보자 4명 중 3명이 재임을 도전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운 인물로 등장한 김영기 후보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혈우병을 “평생 내릴 수 없는 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내릴 수 없는 배라면 물위에 떠있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역할을 코헴회가 하고 있고, 또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힘든 고난과 역경을 ‘단체의 힘’으로 이겨내고 ‘함께해야한다’고 환기했다. 김영기 후보가 다른 후보와 차별성을 둔 것은 ‘과거 플레임이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관점에서 서울경기지회에 참여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환우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정서적 유대, 신뢰와 소통이 없는 곳에는 코헴 가족도 없다는 결론”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잡문집(2011)>에서 언급한 “내가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가장 편파적으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를 떠올리며, 이에 대해 “코헴회가 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날을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해 바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영기 후보를 바라보는 혈우사회의 시각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정체된 듯 혈우사회의 복지는 제자리라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인물이 나서는 것을 환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시각들이 김영기 후보를 바라보는 긍정적 평가로 볼 수 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코헴회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면서 여러 전임자들은 당시 ‘새로운 일’을 힘차게 추진했고 일부는 큰 성과를 거둔 반면, 다른 한 면은 우울한 실패도 있었다. 코헴회가 새로 만들어지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 따라서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기득권자들의 견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일들이 흘러간 역사 속에서 진행됐었고 반복되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취지로 이해할수 있다. 

◆ “혈우인이 살고 싶은 설계도를 남들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

‘만성질환’이라는 것은 자칫 교만에 빠지기 쉽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라는 것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전문의들 조차 ‘만성질환자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 놓는다. 혈우병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부 환우들은 외부인들과 벽을 상당히 높게 쌓아두고 경계부터 하는 경향이 많다.

그럴수록 틀에 갇혀버리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대인관계를 넓히며 ‘혈우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일반인들과 더불어 ‘폭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겠다. 이에 대해 김영기 후보가 이같은 ‘틀에 박힌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벽을 쌓는 이유 중에 한 가지는 환자 스스로 갖게 되는 ‘열등감’이나 ‘지나친 우려’ 등이 폐쇄적인 혈우사회를 만들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사회 구성원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마음가짐과 정서적 배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소한 것 마저 남에게 의지해 버리는 경우가 있지 않은지 되짚어보면서 말이다.

이에 대해 김영기 후보는 “구조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우리들의 삶을 결정할 권리를, 혈우인이 살고 싶은 설계도를, 남들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출마하게 된 배경을 피력했다.

이제 선거를 일주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에서는 얼마나 많은 서울경기지회 회원들이 ‘투표에 나설 것 인가’를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

서울경기지회는 전국에 등록된 전체 혈우병 환자 중 절반이 넘는 소속 회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서울경기 지회뿐만 아니라 전체 코헴회의 자존심이 될수도 있다. 나아가 다수의 회원들이 참여한 선거는 당선자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코헴회가 명실상부한 환자단체로써 대외적인 활동에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코헴회 서울 경기지회 임원선거는 19일 오후 12시 서초동 사무국에서 진행되며 서울경기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또는 가족)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코헴회 사무국 또는 지회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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