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김태일 기자] 지난 18일 반 사무총장의 방북논의가 있었다는 유엔발 공식 확인소식이 들리자, 북한 김정은과 어떤 이야기가 오고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 총장은 이미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부터 방북에 대한 언급이 자주 있었다. 만약 이번에 반 총장이 방북하게 되면 역대 유엔 사무총장 사상 3번째 방문이 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모든 유엔 사무총장은 김일성과의 면담이 성사됐기 때문에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되면 김정은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반 사무총장이 김정은을 만나게 되면 북한 핵 문제와 인권문제, 남북관계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하고 북한의 의중을 점검해 보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반 총장은 김정은을 만날 경우 우리 정부와 미국 측 입장이 전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를 테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서 △6자회담 복귀 등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고, △인권 문제에 대해선 유엔의 대북인권 결의안 추진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인권개선 노력을 주문하고, △남북문제에선 8·25 합의의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반 총장은 북한 핵과 인권 등에 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남북간, 북미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이나 인권문제를 개선하면 국제사회에 나올 수 있고, 이는 김정은 정권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기본적으로 비핵화나 인권문제는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반 사무총장의 방북 회담에서는 국제식량계획 등 현재 북한 내에서 활동하는 유엔 기구들의 사업확대 등에 대해서도 북측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같은 핵 문제, 인권문제 등 반 총장이 제기할 의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북한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적대정책 △인권 문제에는 서방의 '이중잣대' △남북관계에서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나 대북전단 살포, 남측의 흡수통일 시도 주장 등을 내세워 우리측에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무진 교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선대의 유언으로 반드시 관철할 의지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미국의 적대정책이 원인이기 때문에 적대정책이 폐기되고 평화협정이 논의돼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권문제에서는 '북한은 아동, 노인, 여성에 대한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고 언제든 인권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는데, 미국이 북한을 말살하려 이중잣대를 대고 있다', 남북문제에는 '북한은 자주통일을 위해 언제든 노력할 자세가 돼 있는데 남측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고 맞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반 사무총장의 방북성과에 대해서는 긍부정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반 총장과 김정은이이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반 총장으로선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에 어렵게 이뤄지는 방북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전망이다. 또한 김정은도 집권 이후 처음으로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하는 자리이고 내년 5월의 노동당대회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업적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따라서 김정은이 북핵 문제나 6자회담 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고 미국 반응을 엿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같이 산적한 문제들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양측의 합의점이 쉽게 만들어 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반 사무총장의 방북은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