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김승욱 기자) 한국야구가 세계랭킹 상위 12개국의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숙적' 일본에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세계랭킹 8위의 한국 야구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 세계 1위 일본에 4-3으로 이겼다.

0-3으로 뒤져 패색이 짙던 9회초 이대호의 2타점 역전 결승타 등으로 넉 점을 뽑아 극적인 승리를 일궜다.

한국은 지난 8일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치른 이번 대회 개막경기이자 조별예선 B조 1차전에서 일본에 0-5로 완패했지만 깨끗하게 설욕했다.

한국은 미국-멕시코 경기 승자와 이번 대회 마지막 날인 21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우승을 놓고 격돌한다.

조별예선부터 8강전까지 6전 전승을 거뒀던 일본은 대회 첫 패배와 함께 3·4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결승으로 가는 길목, 그것도 '일본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일본과 다시 마주한 한국 대표팀은 정근우(2루수)와 이용규(중견수)를 테이블 세터로 배치하고, 김현수(좌익수)-이대호(지명타자)-박병호(1루수)로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했다.

6∼9번은 민병헌(우익수)-황재균(3루수)-양의지(포수)-김재호(유격수)로 채웠다.

일본 지바롯데에서 뛰는 우완 이대은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일본의 선발 투수는 '괴물' 오타니 쇼헤이였다. 개막전에서 한국 타선에 6이닝 동안 2안타, 2볼넷만 내주고 10개의 삼진을 빼앗은 오타니였다.

한국은 이번에도 1회부터 시속 160㎞의 강속구를 꽂아댄 오타니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7이닝 동안 안타와 몸에맞는 공으로 한 차례씩 출루했을 뿐이고 삼진은 11개를 빼앗겼다.

2회 선두타자 이대호가 몸에맞는 공으로 1루를 밟은 것이 6회까지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출루였다. 하지만 이때마저도 박병호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민병헌이 2루수 쪽으로 병살타를 쳐 금세 공격이 끝났다.

오타니의 공은 갈수록 위력을 더했다.

한국은 3, 4회에 두 차례씩 삼진을 당했고 4회에는 이대호, 박병호, 민병헌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대은도 1회부터 28개의 공을 던지는 등 투구 수는 많았지만 일본 타선을 잘 막아나갔다.

1회 2사 후 연속 볼넷을 내줘 주자를 1,2루에 뒀지만 나카타 쇼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2회와 3회에도 안타와 몸에맞는 공으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더는 진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4회 찾아온 고비는 넘기지 못했다.

선두타자 나카타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마쓰다 노부히로를 헛스윙 삼진으로 몰아냈지만 나카무라 아키라의 빗맞은 타구가 좌중간에 떨어져 1사 1,3루의 위기에 처했다.

이어 히라타 료스케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선제점을 내줬다.

이후 더욱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시마 모토히로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어려운 바운드임에도 잘 낚아챘지만 1루 주자를 잡겠다고 2루로 던진 것이 악송구가 되면서 선행 주자가 홈을 밟았다.

그러고서 1사 1,3루로 위기가 이어지자 이대은이 물러나고 차우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차우찬은 아키야마 쇼고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1사 만루가 된 뒤 사카모토 하야토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추가 실점했다.

이후 차우찬의 호투로 마운드는 안정을 찾아갔다. 6회에는 처음으로 삼자범퇴로 수비를 끝냈다.

그러자 7회 선두타자 정근우가 좌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한국의 첫 안타를 기록하며 반격의 발판을 놓는 듯했다.

하지만 이용규와 김현수가 차례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이대호마저 3루 땅볼로 물러나 정근우는 2루 베이스조차 밟지 못했다.

한국은 세 번째 투수 심창민을 내세운 7회말 수비에서 연속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가 되자 정우람으로 다시 투수를 교체했다. 정우람은 4번 타자 쓰쓰고 요시모토를 삼진으로 타석에서 쫓아내는 등 세 타자를 잇달아 잡아내고 위기를 헤쳐나왔다.

8회에는 연속 안타와 외야 뜬 공으로 2사 1,3루에 처했으나 바뀐 투수 임창민이 사카모토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마지막까지 희망을 이어가게 했다.

한국은 8회부터 일본 마운드를 지킨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상대로 9회 대타 오재원과 손아섭이 연속 안타를 터트려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정근우가 좌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쳐 첫 득점을 올리고 무사 2,3루로 기회를 이어갔다. 이용규는 몽에맞는 공으로 1루를 채웠다.

다음 타자는 오타니와 앞선 세 번의 대결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김현수. 좌타자가 나오자 일본은 스무살의 왼손 투수 마쓰이 유키를 올렸다.

김현수가 마쓰이를 상대로 볼넷을 고르며 밀어내기로 점수를 보태 한국은 2-3,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이대호가 다시 바뀐 투수 마스이 히로토시에게서 좌익수 쪽 2타점 결승타를 날려 극적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한국은 이후 무사 1,2루에서 더는 점수를 내지 못했지만 9회말 정대현과 이현승을 차례로 마운드에 올려 무실점으로 막고 한·일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8회 2사 후 등판해 한 타자만 상대한 임창민이 승리투수가 됐다. 이현승이 세이브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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