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는 2012년 2월 연세대 세브란 병원에서 공개 신체검사를 받았다. 그가 허리 디스크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이 허위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의 증거를 제시하기 위한 재검(再檢)이었다. 재검 결과 병원 측은 “병무청에 제출된 주신 씨의 MRI 사진은 본인의 것이 맞으며 허리 디스크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장 양승오 박사는 “공개 신체검사 역시 사기극이었을 가능성이 99.99%다”라는 의견을 지난 1월, 트위터에 올렸다. 이걸 박원순 시장 측이 고소하고 검찰이 공직선거법위반으로 기소해 벌써 11개월 째 지루한 재판이 계속 되고 있다.

이 재판이 지루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재판이 도무지 진척되질 않는 탓이다. 왜? 박주신 씨가 증인으로 출두하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에 체류 중이라는데 검찰은 그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박원순-박주신 씨 부자로서는 물론 “내가 왜 또 신문을 받아야 해? 나는 2012년에 이미 재검을 받아 모든 게 끝나지 않았나?”라고 할 것이다.

다만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논란은 잦아들기보다는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설령 기분이 썩 내키지 않더라도 증인신문에는 응하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겠나?“ 하는 논리도 간과할 순 없다. 양승오 피고인에 대한 이 재판 자체가 박원순 씨 측 자신들이 고소해서 시작된 것 아닌가? 자신들이 고소는 해놓고 그 고소에 따라 시작된 재판을 진척시키는 절차엔 응하지 않겠다니 이게 앞뒤가 맞느냐 말이다.

박 씨 측이 정말 억울하다면 증인신문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공연히 재판만 지지부진, 오래 끌고 논란만 증폭시키느니, 차라리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을 빨리 진척시키고 종결시키는 것이 '당당하고 거리낌 없는 고소인‘이라면 취할 당연한 운신(運身) 아닐까?

박원순 시장은 이 사안에 관한 MBC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고소를 제기했다. 박원순 씨 측으로서는 “고소할 수밖에 없다”는 논거가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 기능을 상대로 법적 시비를 벌이기보다는, 대다수 미디어들이 박원순 씨 측 주장을 훨씬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가장 명확한 조치, 즉 박주신 씨의 떳떳한 증인출석과 분명한 증언 등을 결행하는 편이 한결 더 바람직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류근일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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