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아프리카 순방을 다녀온 북한 김영남이 지난해 10월 23일 첫 방문지인 수단 대통령궁에서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참고사진)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3일 열린 중국 열병식에 참석했다. 알-바시르는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돼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국제형사재판소 가입국(현재까지 123개국)은 모두 ICC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알-바시르가 이번 열병식에 참석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이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병식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그는 과거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주체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등 반드시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발언을 하는 등 ICC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반기문 총장실에 문의한 결과 반 총장이 중국에서 알-바시르와 회담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시르는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회의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내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알-바시르를 체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엔 회의가 열리는 미국 정부 측은 초청된 인사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 이와 관련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아직 (알-바시르의) 비자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 우리는 수단의 대통령이 戰犯(전범)으로 지목돼 수배 대상인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책임을 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도 ICC 가입국이 아니며 인권 단체들이 소란을 일으킬 수는 있지만 입국 시 체포될 가능성은 적다. 알-바시르는 2년 전 유엔 총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당시에도 미국 국무부가 위와 같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 입국 계획을 철회한 적이 있다. 
  
  알-바시르는 2000년 초 발생한 수단-다르푸르 사태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기소됐다. 수단 정부(이슬람 정권)는 수단 서부 다르푸르州에서 흑인들이 무장봉기를 일으키자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를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종족 및 종교 간의 갈등을 造成(조성)해 문제를 해결하려던 것이었다. 
  
  2003년 2월부터 2004년 10월 사이 이 지역에서 흑인 기독교인 30~40만 명이 숨지고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이 사태는 서방 기자들과 인권 단체에 의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수단 사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5년 3월, 유엔 안보리는 수단 사태를 ICC에 회부했으며 ICC는 그해 6월부터 자체조사에 나섰다. ICC는 알-바시르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과 잔자위드 민병대 지휘관 등 총 6명을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ICC는 2009년 3월과 2010년 7월, 두 번에 걸쳐 알-바시르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親 알-바시르계 민병대 및 시위대가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수단 정부를 자극하고 체포를 강행할 시 다른 형태의 유혈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섣불리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ICC는 알-바시르를 총 10개의 罪目(죄목)으로 기소했다. 그는 살인∙몰살∙강제 이송∙고문∙강간 등 반인도적 범죄 5건과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무고한 시민을 고의적으로 공격하도록 지시’ 및 약탈 죄 등 2건의 전쟁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살인을 통한 대량학살, 心身(심신)에 피해를 주는 형태의 대량학살, 특정 집단의 생활 환경을 악화시켜 육체적 괴로움을 가하는 형태의 대량학살 등 3건의 대량학살 혐의도 포함됐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알-바시르가 중국을 방문한 이유는 중국發 경제 위기로 수단에 닥칠 경제∙정치적 불안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이브라함 간두르 수단 외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ICC의 기소는 바시르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술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바시르 대통령은 중국-수단 양국 간의 관계 강화를 위해 초청받아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수단은 아프리카 국가 중 중국과의 경제 교역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은 수단이 미국으로 인해 아주 큰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에 큰 도움을 줬다. 중국은 기름 정유 작업 등 많은 부분을 도와준다”고 했다. 
  
  미국 스미스 대학의 수단 전문가 에릭 리브스는 “중국 지원이 끊기면 수단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수단이 중국에 기름을 제공하고 중국이 군사 물품을 지원하는 상황인데 중국 금융 위기가 지속되면 수단에는 적신호라고 내다봤다. 
  
  2013년 7월 알-바시르는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아프리카 연합 회의에 참석했다가 인권 단체들이 체포해야 한다고 모여들자 급히 출국한 적이 있다. 2011년에는 이란에서 중국을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투르크메니스탄이 영공통과를 허가하지 않아 回航(회항)한 적도 있다.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이에 따라 하루 연기됐었다. 
  
  알-바시르와 반기문 총장의 訪中(방중) 관련 한국 언론 기사의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40만 명을 살해한 전범보다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의 ‘생트집’이 더 불만이라는 論調(논조)다. 
  
  <‘中 외교부, 수단 대통령 참석 “문제없다”, 반기문 방중 항의 日에 “생트집”(아주경제)’
  
  ‘수단 대통령은 ‘전범’ 中 열병식 참석 반대∙∙∙美 딴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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