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25일 새벽 0시 55분 남북 고위당국자 마라톤회담이 종료되고 같은 날 새벽 2시 ‘준전시상태 해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 6개 조항으로 이뤄진 공동보도문이 발표됐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오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엄중한 정세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 정부를 믿고 침착하게 이번 협상 과정을 지켜봐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 라고 덧붙였다.

이번 남북 장관급 회담은 지난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24일 새벽 12시 5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23일 오전 4시 15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긴 정회 시간을 제외하고도 43시간에 걸친, 말 그대로 ‘마라톤’ 협상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측은 최근 서부전선에서의 DMZ 목함지뢰 설치와 포격 도발에 대한 '주체가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확약'을 중점적으로 요구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서, 북측의 도발 발뺌과 우리측의 사과요구에 팽팽한 기싸움이 전개되면서 긴 시간이 소요됐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또한, 남북 현안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도 이뤄져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이와 동시에 남북한 군사 대치 수위는 점점 높아져, 북측의 ‘화전양면’과 ‘진빼기’ 전술에 대한 한미연합군의 경계심도 늦출 수 없었다.

김 안보실장은 협상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우리가 고민한 것은 어떤 조건하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킬 것이냐였다”며, “재발방지와 연계시켜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주는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공동보도문에 정부가 요구해온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문구가 빠져있는 데 대해서는 “그것이 (3항에 언급돼있는) ‘비정상적인 사태’와 다 연결돼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유감" 남북 공동보도문 놓고 이견, "사실상 사과" VS "남북한 이중적 해석은 문제" 관건은 북한의 이행여부

공동보도문이 발표되자, 북측이 유감을 표명한 데 그친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북측이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전례상, 사과를 받은 것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에 반해, 쌍방이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은 과거 도끼만행 때도 유감을 표명했고 잠수함 도발 때도 방송을 통해 유감이라 했다”며, “남북이 직접 협상을 통해 유감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찜찜하지만 사실상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북한군 장교출신 김태영 전 합참전문위원은 “해석은 남북한이 이중적이다. 북한은 유감표명 수준으로 해놓고 내부적으로는 절대로 김정은이 적들 앞에 무릎 꿇은 것은 아니라고 선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북 도발에 대한 남측의 강경한 원칙대응 결과, 우리 정부가 이전부터 요구했던 양측 대표의 ‘격’을 맞추고, ‘2+2체제’라는 남북 대화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단, 북측이 합의한대로 이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양측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 따라 정오부터는 우리측이 대북방송을 중단하고, 북측은 대북방송 중단과 ‘동시에’ 준전시상태를 해제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기까지 확성기 방송은 계속할 예정”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현재 한반도 위기상황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면서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략자산은 군사기지·산업시설 등 전쟁 수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목표를 공격하는 무기로,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이 해당한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25일 “지난 21일부터 기지를 이탈했던 50여 척의 북한 잠수함 중 일부가 소속 기지로 복귀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며, “이번에 복귀가 식별된 잠수함은 북한의 내해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남북은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앞으로도 이를 계속 추진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다음달초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와 관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김 안보실장은 “지금은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를 “매번 반복돼 왔던 (북한의) 도발과 불안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단호한 ‘협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 "남북한 합의 환영, 한미는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할 것"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북한 합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한반도 안보와 방어에 대한 헌신은 확고하다”며, “미국은 한국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도 긴급뉴스로 이번 회담 결과를 타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25일 오전 1시11분 연합뉴스를 인용, 외신 가운데 가장 먼저 한 줄짜리 긴급 속보를 내보낸 뒤 4분 후인 1시15분 청와대 발표까지 포함해 타결 소식을 전했다.

신화통신은 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남북 당국회담이 서울 또는 평양에서 조만간 개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타스, 교도통신 역시 연합뉴스를 인용해 남북고위급 접촉 타결 소식을 속보로 내보냈다.

AFP통신은 남북고위급 접촉 타결 사실과 함께 1시간 후 공동보도문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AP통신은 긴장완화 해소를 위한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남북 양국이 판문점에서 포격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으나 양측이 22일부터 남북고위급 접촉을 시작해 이날 극적으로 타결했다고 보도했다.

미 CNN 방송은 다소 늦게 연합뉴스가 타결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하면서 이제 남북 간 긴장이 해소되는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달았다.

AP통신은 남북 당국의 발표를 토대로 북한이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 역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합의 내용을 주요 뉴스로 다뤘고, ABC 방송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유감 표명 및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내용을 속보로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