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지난 22일 오후 6시 반쯤 시작한 지 27시간째다. 당초 오후 6시 반에 시작해 다음 날 새벽 4시 15분께 정회됐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이 지나서 다시 회의가 시작됐다. 북측 대표들은 광복절 이후 적용된 ‘평양시’ 때문인지 우리측에 알린 시간보다 ‘오후 6시’와 ‘오후 3시’ 보다  30분 늦게 회의장에 도착해 남측 대표들을 긴장시켰다.

이번 회담은 8년여만에 재개된 남북 장관급 회담인데다, 개성공단 관련 논의를 제외하면,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사실상 처음 성사된 남북 대화의 장이다. 북한군의 무력 도발에 우리 측이 원칙 대응하며 얻어낸 기회이기도 해, ‘산적해 있다’고 표현했던 남북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대화에서 힘겨루기 중점 사안으로는 ‘목함지뢰’와 ‘포격’ 도발 그리고 ‘대북방송’에 대한 북측의 인정과 책임있는 결단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측의 요구에 대해 북측이 ‘남한의 조작’이라 주장하며 발뺌해 왔던 터라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점쳐진다.

또한, 이 보다 앞서 발생한 ‘천안함 폭침’ ‘5.24조치 해제’ 및 ‘남북 이산가족상봉’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등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의의 범위도 광범위하지만, 양측은 수시로 대표단 회담과 수석대표 접촉, 정회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는 주로 각각 합의초안을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고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재가를 받을 때 이뤄진다.

남측은 보고에 주로 유무선 통신이 활용, 박 대통령이 남북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며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측은 군사 관련 등 민감한 사안의 경우 도감청 위험이 있는 통신 보다는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 직접 ‘대면보고’를 하는 관례가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북측 대표단은 정회 때 직접 판문점에서 평양으로 이동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문점에서 평양까지는 약 130km 거리로, 차량으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차량 이동시간만 왕복 3시간 정도로, 정회가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30여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긴 협상시간은 북한의 ‘진빼기’ 전술 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긴 시간동안 끝까지 아니라고 우기며 결국 상대방의 힘이 빠질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길어진 협상시간은 북한의 ‘의도된 시간끌기’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남북 대화 중 전선에서는 오히려 북한 병력이 증강되고 있는 ‘화전양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군은 준전시상태 선포 이후 평안북도 철산군의 모기지에 있던 공기부양정 10여 척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쪽으로 60여㎞ 거리의 고암포로 전진 배치했다.

공기부양정은 침투 목적의 특수부대원을 신속히 수송하는 선박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심 3대 침투전력 중 하나이다.

북한은 또, 잠수함 50여 척을 본부에서 이탈시켜 한미 감시망에서 벗어난 수중으로 전개했으며, 일부 정예 특수부대 요원을 대북 확성기 방송 타격 등을 위해 전방지역으로 배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침투수단 및 침투전력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기지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북한군의 움직임이 한미 연합 감시 자산에 낱낱이 포착되고 있다"며, "북한군 상당수 전력이 평소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미뤄, 준전시상태의 매뉴얼이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남북 회담이 강경파와 비둘기파가 한자리에 모인 ‘2+2회담’ 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협상 결과도 기대된다. 당초, 북측이 협상 대상자로 제안했던 김양건 당비서가 비둘기파인 만큼, 북측도 대화와 협상을 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따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에서 국가 안보와 통일 분야 책임자가 '2+2 접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강경파와 비둘기파가 한자리에 모여 정치, 군사, 남북 교류 등 폭넓은 주제를 논하는 새로운 대화 채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양건 당비서는 당·정·군 고위 인사에 대한 숙청과 처형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김정은 시대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남 라인의 1인자다. 특히, 포격전이 벌어졌던 지난 20일 당일 김 당비서는 김관진 실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난하면서도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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