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뉴스파인더 대표 김승근

[김승근 칼럼] 미치지 않고서야 전시에 아군을 향해 총질하는 병사는 없는 법이다. 적군이 포를 쏘고, 놓은 지뢰를 밟아 아군이 다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게 누구 책임이냐 따지는 데만 신경을 쓴다면 그거야 말로 탁상공론의 전형 아닌가? 우리가 북의 목함지뢰에 어이없게 당한 것은 안타깝고 한심한 일이지만 이것이 정부가 더 잘하게끔 유도하는 게 아니라 정부 비난을 위한 비난의 소재로 이용돼선 곤란하다.

그런 면에서 유승민 의원이 “정신이 나간 것 아닌가”라고 정부를 비난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유 의원은 12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과 관련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우리 군 하고 통일부는 서로 전화 한 통도 안 하나?”라며 “그 전날(4일) 북한이 지뢰 도발을 해서 우리 군 하사 두 분이 중상을 입었는데, 통일부 장관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남북 회담을 제안했다. 이거 정신 나간 것 아닌가”라며 발언했다.

유 의원은 또 “지뢰 사고가 터졌는데 그 다음날(5일) 이런 사건들이 있었다”며 “또 군의 현장 조사는 (지뢰 도발 이틀 후인) 6일에 이뤄졌다. 이거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얼핏 들으면 유 의원의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북이 우리 군인 살상용으로 몰래 설치한 지뢰에 젊은 하사들 두 다리가 날아갔는데 어떻게 그걸 알고도 다음날 대화를 하자고 할 수 있느냐 비판할 수 있다.

신중한 군의 태도 무조건 비난은 옳지 않다

그러면 하나 묻자. 그럼 한 일주일 후에 대화하자고 하는 건 괜찮나? 아니면 한 달 이후가 적당한가? 그 이상,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한가? 아군이 다쳤는데 어떻게 다음날 대화하자고 하냐 이런 비판은 너무 쉬운 거다. 냉전시대 체제경쟁을 하면서 틈만 나면 도발 해왔던 북한을 향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살벌한 대치 속에서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북한에 밀사로 보내 소통을 시도했다. 

우리가 북한 도발에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이 만만히 볼 수 없도록 대처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북통일을 이루려면 남북대화를 계속 시도해야만 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뢰도발 다음날 남북대화하자고 우리 통일부가 제안한 것은 부적절했지만, 군이 천안함 폭침 때처럼 애매한 부분을 남기지 않기 위해 확실한 물증을 찾아 대응에 나서려고 좀 더 신중했던 것을 무조건 비판부터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아군 사기부터 꺾는 것은 경솔한 태도다

정부와 군이 4일 지뢰가 터지자마자 “쳐부수자 공산당”하고 한 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면 우리 국민이야 속이 시원할 수 있다. 적의 GP라도 한방 갈기면 더 좋을 게다. 실제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거다. 하지만 안보문제를 감정대로 하는 것도 어려운 일 아닌가? 지뢰도발에 군과 정부가 손발이 안 맞았다기보다 과거 사례처럼 뻔히 한 짓도 오리발을 내미는 북한을 볼 때 증거를 찾아 더 확실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는 거다. 그러면 정부는 평상시처럼 돌아가는 거다. 

유승민 의원이 “부처간 전화통화도 안 하냐” “(지뢰도발 다음날 남북회담 제의는) 정신나간 짓 아니냐” 이런 말들을 함부로 하는 거야 말로 유 의원이 대중을 의식한 인기발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시기에 아군의 사기를 꺾는 것도 해선 안 될 일이다. 아군의 실수를 비판해도 일단 적부터 꺾어놓고 하는 것이 일의 순서인데 유 의원은 다짜고짜 정부와 군에게 정신이 나간 짓 아니냐고 비난부터 한다. 이거야 말로 바로 북한이 원하는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경솔한 태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유승민 의원은 대야 협상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던질 때 민주공화국 운운하면서 인기를 의식한 듯한 대중영합 발언으로 자기주가를 올리더니 이번에도 북한 지뢰도발 건을 가지고 군과 정부에 정신 나갔냐고 막말부터 해서 사기를 꺾어 놓았다. 그렇게 해서 인지는 몰라도 유 의원이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관이 내놓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 이름을 올렸다. 원내대표직 때 대통령에 맞서면서 야당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잠시 반짝하던 이후 다시 정부와 군을 비판하면서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의원의 독불장군식 행보 정부와 여당에 도움 안 된다

유승민 의원은 이제 아예 반정부, 반대통령이란 대중영합주의를 자기 정치 코드로 삼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군과 정부에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부처 간 전화통화도 안 하냐” “정신 나간 짓 아니냐” 이게 어디 논리적이고 진심이 담긴 발언인가. 그냥 아군 진지에 쏟는 막말의 설탄일 뿐 아닌가! 그런 막말을 한다고 정부와 군이 소통을 더 잘하게 해주지도 않고 군에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 얼라들” 발언부터 해서 이번 일까지 매사 자기 혼자 정치하는 듯 일단 막 지르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태도는 성숙한 정치인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어떤 면에서는 자기 혼자 잘났고 남은 모자라는 사람들로 보는 오만한 시각이 배어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유 의원은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 북한 지뢰도발에도 아군의 사기는 떨어뜨리고 야당과 적군의 사기만 돋우는 발언만 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여당 지지층의 사랑을 받는 정치인이 되려면 대중영합적인 태도를 버리고 신중하고 안정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만 할 것이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 뉴스파인더 대표 김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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