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추천과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마치자마자 야당과 언론노조가 마치 경기를 일으키듯 거품을 물고 있다. 종박, 땡박에다 극우에 그것도 모자란 모양인지 어떤 미디어매체에는 극악이란 단어의 수식어까지 등장했다.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방통위가 꿈쩍도 안했으니 동원 가능한 모든 험악한 어휘를 써도 화가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아니 그만큼 새로 임명된 이사들이 두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이런 반응들은 한편으론 그럴만하다 싶다. 소위 우파 정권에서 이렇게 우파시민사회가 추천한 인물들을 대거 발탁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관련 공적 자리는 특히 그렇다. 방통위 이사 인사 명단을 보면 많은 인물들이 그동안 우파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인물들로 이전 정권에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인물들이 권력의 낙하산을 타고 안착했던 경향과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언론개혁에 있어 100% 보장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김광동 이사 사례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번 KBS 이사의 경우 비교적 잘된 추천 인사라고 볼 수 있다. 이인호 현 KBS 이사장과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 김경민 한양대 교수, 변석찬 KBS비즈니스 고문, 이원일 법부법인 바른 대표변호사, 조우석 문화평론가, 차기환 전 방문진 이사 등 면면을 볼 때 그렇다. 필자가 이들 모두를 잘 알지 못하고 또 안다고 해도 수박겉핥기식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필자가 아는 몇 몇 인물들은 KBS 이사회가 전과 같은 무능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KBS를 방치하는 일은 없을 게 분명하다. 이들은 여야 진영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KBS가 나아가야할 방향에서 가장 먼저 국가와 국민전체의 이익을 생각할 것이 분명하기에, 이사회가 잘못 간다면 스스로 이사회의 천적노릇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가 되는 건 이들이 야당의 억지나 막무가내 비난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실력을 갖춘 우파인사라는 점이다. 우파라도 실력이 없으면 야합하거나 기회주의로 돌아서기 쉽다. 

개혁의 본질은 언론노조의 문제 직시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

알다시피 차기 KBS 이사회는 할 일이 많다. 조대현 사장 1년에 대해 평가하고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KBS의 적폐가 무엇인지 어떤 것들을 개혁해야 하는지 문제를 파악하고 과제를 선정해 개혁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사장을 제대로 선임해야 한다. 필자나 언론을 비판하는 전문가들이 늘 강조하는 것이지만 말썽을 일으킨 보도와 시사프로그램 몇 개 고친다고 해서 KBS 개혁이 아니다. KBS와 MBC와 같은 공영방송 언론의 문제는 결국 언론노조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개혁이라고 했지만 뭔가 대단하고 크고 거창하고 어려운 일을 벌여야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에서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승만 일본 망명정부 요청설’과 같은 터무니없는 왜곡보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최고의결기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개혁의 본질은 따로 있다. 언론노조가 말하는 공정방송이 왜 공정방송이 아닌지, 언론노조가 왜 국장책임제, 국장임명동의제와 같은 것을 노사협약에 넣고 방송법으로 못을 박으려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노사 단체협약에 들어간 공정방송협의회와 같은 기구가 왜 현실에선 불공정방송협의회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구조적 모순, 병폐를 국민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개별 프로그램이나 뉴스보도를 가지고 논쟁이 붙거나 시정하려고 해도 결국 모든 것의 꼭대기엔 언론노조의 정체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KBS의 어떤 것도 제대로 개혁해내기 어렵다. 공영방송 내부에 뿌리박고 있는 언론노조의 문제, 그 언론노조가 철밥통 기득권을 틀어쥐고서 공영언론이 실은 내부 깊숙이 부터 썩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국민에 고발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시도야말로 KBS 개혁의 시작이 될 것이며, 그럼으로써 개혁의 동력인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사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KBS·MBC 시청자위원회 개혁 인사 진입이 다음 과제다

MBC 방문진의 경우는 KBS 이사들에게처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고영주 이사의 이사회 진입은 믿을만하다. 고 이사는 좌파언론의 공격에 노심초사하는 그런 인물이 아니고 특히 한자리 욕심에 잔머리나 굴리는 얄팍한 인사가 아니다. 선 굵고 정평이 난, 세간의 평가 그대로 애국인사 아닌가. 고영주 이사가 차기 방문진 이사장에 유력하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특정 이사가 방문진이나 MBC의 상투를 틀어쥔 것이나 다름없는 현실에서 방문진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MBC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어찌됐든 이번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의 인물들을 뽑아 놓고 그동안 우파세력이나 전문가들이 누누이 지적해온 개혁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건 우파의 무능을 증명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이사진 구성이라면 개혁의 첫 단추는 끼운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제 다음 할 일은 시청자위원회의 정상적인 구성과 운영이다. 보도와 프로그램 개혁의 정당성은 시청자위원회가 담보한다. KBS와 MBC 시청자위원회에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물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우파사회가 총력으로 지원해야 한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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