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김광동 이사가 방송문화진흥회 3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 언론과 여러 논객들이 공영방송 이사 3연임은 부적절하다고 수차례 비판했지만 김 이사는 보란 듯 3연임에 성공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김 이사의 능력을 분명 높이 평가한 것일 텐데 그 능력이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김광동 이사의 개인 자질 문제를 떠나서 김 이사의 3연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공영방송사 한곳에 눌러 앉아 이사를 9년 한다면 그건 언론사 감시란 이사 본연의 기능을 잃는다는 의미가 된다. 방통위가 김광동 이사를 방문진에 취업시킨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이사회 기능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광동 이사는 누구 말대로 이젠 MBC 식구가 된 셈이다. 그런 김 이사와 친분을 맺고 있는 이들이 방문진 여권 이사들로 선임됐다. 새로 선임된 이사 개개인의 인격과 양심, 능력이야 두말할 필요 없겠지만, 이사들이 친분과 인맥으로 얽혀 있는 방문진이 MBC 관리, 감독,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더욱 심각한 건 김광동 이사의 개인 자질의 문제다. 김 이사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언론에 공개적인 거짓말을 한 인물이다.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라고 해서 거짓말이 정당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보인 김광동 이사의 언론관은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김 이사는 지난 달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이사에 지원하지 않았다. 학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후 뉴스파인더와의 인터뷰에서는 “이사 지원 사실은 비밀에 부쳐야 할 사항이기에, 지원을 ‘했다’ 혹은 ‘하지 않았다’ 식으로 답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자신이 거짓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선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와의 통화 당시, 이사 지원에 대한 나의 대답으로 이사지원을 확정지어 공격성 기사가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에 “학계에 돌아가겠다”고 답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10기 이사가 되지 않으면 학계에 돌아가겠다는 의미였다”고 또 둘러댔다. 

이미 오래 전 방문진 이사 지원 의지를 굳히고 자신이 방문진 이사가 되는데 언론이 걸림돌이 될까봐 작심하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김 이사는 이미 몇 달 전에도 기자에게 자신은 방문진 이사가 될 수도 없고 될 의사도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른바 우파언론도 속고 좌파언론도 김 이사에 속아 넘어간 것이다.

▲ 사상초유 3연임에 성공한 김광동 방문진 이사

권력자 김광동 이사, 그래도 언론의 비판은 계속돼야 한다

기자는 김 이사가 이렇게 좌우 언론 모두를 속인 것 자체가 자신의 3연임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언론의 비판이 두려웠을 것이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김 이사는 3연임에 도전했고, 목표를 달성했다. 이 시점에서 김광동 이사에게 정말 궁금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손에 쥔 방문진 이사 자리가 그렇게 자랑스럽고 뿌듯한지.

기자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정국에서 김 광동 이사의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 기사를 쓰기 시작하자 공영방송사 출신 전직 언론인이 전화로 “조심하라”고 충고한 일이 있다. 김광동 이사를 비판하는 게 왜 조심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김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 자리는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권력자들이 꽂아주는 자리’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김 이사 본인 말대로라면 이번에도 권력자 누가 그 자리에 김 이사를 꽂아주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기자도 “조심하라”는 충고를 들었는지 모른다. 

사상초유라는 기록을 세우며 3연임한 김광동 이사가 그만큼 권력자라는 뜻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김광동 이사는 이미 공영방송 이사로서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신뢰를 잃었다는 건 그 자리에 있어선 안 되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언론은 김 이사가 하는 발언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혹시 그 발언 배경에 어떤 정치적 목적이나 포석이 깔려있는지 의심부터 하진 않을까? 김 이사가 방문진 이사로서 공적발언도 자기 이익에 맞춰 마사지하거나 거짓으로 둘러대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김광동 이사가 앞으로 방문진 이사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김광동 이사가 언론을 우습게 안다는 점이고, 공영방송 이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은 미디어오늘 마저 김 이사의 거짓말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을 정도로 우군이 된 형국이지만 그렇다고 언론의 비판을 피해갈 순 없다. 적어도 김 이사의 거짓을 목격한 기자는 공영방송 이사로서 김광동 이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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