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추천 그리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을 7일로 연기했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3연임과 정파적 인선은 안 된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 선임 작업에 들어간 마당에 이제와 선임에 대한 기준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고 억지를 쓰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다. 과거 자신들이 여당일 때 지금과 똑같은 주장을 한 야당의 요구를 묵살해놓고 상황이 역전되니 양보하라는 건 그 어떤 이유를 갖다 대도 통하지 않을 얘기다. 자기들이 불리하니 룰을 바꾸자는 건 뻔뻔하고 염치없고 요즘 유치원 아이에게도 통하지 않을 어림없는 수작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정치지형과 의식수준이 바뀌지 않는 한 공영방송 이사들을 현재의 여야배분으로 인선하는 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래도 불합리하니 고쳐야겠다면 답은 간단하다. 바꾸자는 쪽이 진정성을 증명하면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여당이 됐을 때 그때 가서 고치자고 하면 된다. 

지금 논란의 핵심은 특정 이사의 3연임 문제다. 야당 측 방통위원들은 차기환 방문진 이사가 KBS 이사로 선임되면 3연임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정말로 궁금한 게 있다. 야당은 김광동 이사의 진짜 3연임 가능성엔 반대하지 않고 왜 유독 차기환 이사만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차기환 변호사의 경우는 3연임이 아니다. 그런데 ‘공영방송 이사’니 3연임이 아니냐고 우긴다. 그래놓고 한편으론 경쟁사에 이사로 가는 경우는 없다고 또 상업논리를 들이댄다. 제 유리할 때마다 공영의 논리와 상업논리를 마음대로 갈아치우는 경우는 뭔가. 기분이나 감정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어도 이런 논리로 반대하는 건 맞지 않다. 무엇보다 야당과 좌파진영이 특정인 3연임을 반대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면 가장 먼저 앞장서 문제삼아야할 게 바로 김광동 이사의 3연임 문제다. 그런데도 야당 측 상임위원들이나 언론노조 측 미디어매체들은 김광동 이사의 3연임에는 침묵하고 차 이사만 맹렬히 반대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특정인 3연임’ 김광동엔 눈감고 차기환만 공격하는 좌파의 기회주의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PD저널, 한국기자협회와 같은 언론노조 측 미디어매체들이 김광동 이사를 처음부터 배제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방통위의 이사 선임, 추천일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어느 순간 김 이사는 거론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맹렬히 반대하기 시작한 인물이 바로 차기환 이사다. 김광동 이사의 실제 3연임을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 매체들이 동시에 이런 행동에 나섰다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한 일 아닌가. 게다가 차기환 이사를 반대하는 논리가 3연임 반대다. 그렇다면 실제 가능성 여부를 떠나 김광동 이사의 3연임 문제를 차 이사에 우선해 가장 먼저 비판했어야 맞는다. 그런데도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MBC언론노조도 김광동 이사 반대 성명 한 장 내지 않았다. 오직 차기환 이사만 맹렬히 반대한다. ‘가재는 게편’ 이라는 인식으로 김 이사의 3연임을 묵인하겠다는 의도가 없다면 이럴 순 없는 일이다. 하긴 언론노조와 야당 측 이사들의 감시를 두려워하고 왕따를 당할까 걱정해 우파의 개혁시도를 앞장서서 막고 무산시켜온 인물이니 소중하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강조하지만 공영방송사 한 곳에서 3연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MBC 사장 임기가 3년인데 이사회의 이사를 특정인이 9년까지 한다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 규정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해서 3연임이 가능하다면 그럼 앞으로 4연임, 5연임은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나. 공영방송을 관리, 감독하는 자리를 본연의 역할과 존재의무 따위는 잊고 그 따위로 한 사람이 장기 독점하도록 특혜를 주는 것은 과연 상식적인 일인가. 정부가 공적 자리를 그런 식으로 사적으로 돌리고 특혜를 남발하는 건 국민에 대한 배반행위이고 배임행위 아닌가. 야당과 좌파미디어매체들도 무책임한건 마찬가지다. 특정인의 3연임을 반대한다면서 그 문제의 인사인 김광동은 감추고 차기환만 맹렬히 비난, 반대한다. 논리도 일관성이 없다. 그저 자신들에 유리한 인물은 감추고 불리할 것 같은 인물은 반대하는 이런 기회주의 작태를 선보이면서 무슨 언론 공정성이니 공영방송의 정치중립이니 하는 따위의 거룩한 단어들을 입에 올린단 말인가.

좌파가 묵인한 김광동에 침묵하고 이념 공격당하는 차기환 구경만 하는 우파

우파시민사회도 반성해야 한다. 김광동 이사의 보수답지 않은 행태, 우파답지 않은 기회주의 행태에 입을 다물면서 어떻게 박근혜 정부가 보수답지 않고 우파답지 않다고 비난할 수 있나. 김광동 이사와 친분이 있다고 또 이런 저런 인연이 있다고 이런 잘못된 행태에 입을 닫는 그런 비겁한 태도로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어떤 부조리를 비판할 수 있나. 좌파의 환호를 받는다고 유승민을 욕할 자격이 있나. 이럴 거면 앞으로도 이념이 어떠하다느니 좌파가 어떻다느니 일절 꺼내지 말기 바란다. 김광동 이사의 기회주의 행태, 공영방송 이사 자리를 자신이 독점하려는 욕심에 침묵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차기환 이사의 이념성을 가지고 좌파들이 총공격을 퍼붓고 있는데도 침묵하는 꼴 역시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김 이사는 그렇더라도 그럼 차기환 이사가 이념으로 이렇게 공격당하는데 글 한 줄이라도 써야 마땅한 일 아닌가?

김광동 이사의 기회주의 행태와 지나친 욕심에 분개하고 차기환 이사 선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곳은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와 공영방송정상화국민행동만이 유일하다. 보수우파의 리더들이란 사람들 대부분은 이 문제에 나몰라라 방관하고 있다. 좌파의 눈치를 보는 김광동 이사를 모른 척하고 이념 때문에 좌파의 공격을 받는 차기환 이사를 외면하는 사람들의 모순도 이번에 드러난 꼴이다.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뭘 개혁할 수 있단 말인가. 보수우파시민사회가 언제까지 이런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인지 답답하다. 방통위의 이사 선임, 추천 결과와 별개로 이번 차기환, 김광동 이사 논란은 우파시민사회에게도 숙제를 남겼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술자리 우파는 널리고 널렸다. 속된 말로 입만 살고 행동으로 비겁한 사람들은 우파도 좌파도 뭣도 아니다. 좌파의 공격이 두려워 우파의 개혁을 앞장서 막고 제 잇속만 챙긴 사람의 문제에 눈감고 이념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좌파에게 공격당한 사람을 위해 글 한줄 쓰지 않는 소위 보수우파사회의 현실이 정말 한심스럽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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