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에 직면했을 때 말을 하지 않는(노코멘트)다는 것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양심이 작동하는 것이고 후자는 그렇지 못한 불순함이 작동하는 것이다. 상대를 능동적으로 속일 생각에서 나오는 거짓말은 보통 자기 이익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다시 방문진 이사에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KBS, MBC 어느 곳에도 지원하지 않았다. 학계로 돌아갈 것이다” 라고 미디어오늘에 한 거짓말이 바로 그 경우에 해당된다. 김 이사는 미디어오늘의 공격이 걱정돼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지만 정말 그런가. 김 이사는 좌파언론 미디어오늘 뿐 아니라 우파언론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미디어전문 박주연 기자에게 몇 달 전에도 같은 질문을 받고 차기 방문진 이사에 자신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이사의 거짓말은 이렇게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의 질문에는 공격이 두려워 그랬다는데 우파언론의 질문에는 뭐가 무서워 거짓말을 한 것인가.

자신의 이사 지원 사실을 최대한 감추려 좌우언론에 모두 거짓말을 한 김광동 이사의 태도에는 김 이사의 언론관, 처세술과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우파세력이 만든 이사인데도 정작 좌파의 눈치를 보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태도, 언론에 거짓말을 해놓고도 “10기 이사가 되지 않으면 학계에 돌아가겠다는 의미였다”고 언론에 다시 뻔뻔하게 말을 바꾸는 태도, 과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김 이사는 “이사 지원 사실은 비밀에 부쳐야 할 사항이기에, 지원을 ‘했다’ 혹은 ‘하지 않았다’ 식으로 답을 할 수 없었다” “물어서 안 되는 질문,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했기 때문에 “학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언론이 물어서 안 되는 질문을 했기에 자신은 그런 식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는 궤변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이사의 오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미디어오늘이 공격할까봐 우파언론을 먼저 속이는, 바깥의 적을 속이려면 내부부터 속여야 한다는 논리에 할 말을 잃는다.

‘회색인’ 김광동 이사를 위해 우파가 희생할 이유 있나

김광동 이사가 어떤 언론관을 가졌는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스스로의 입으로 밝히지 않았나. 좌파언론이 무서워 우파언론에도 거짓을 말하는 인격 아닌가. 6년 임기동안 미디어오늘이 공격할까봐 김 이사가 얼마나 노심초사했을지 알만하다. 그런데도 다시 3년을 더 해먹겠다니. 이 말이 천박하게 들리나? 다시 말한다. 그렇게 좌파언론 공격이 신경쓰이면서도 3년을 더 방문진 이사로 ‘봉사’하겠다니 방문진 이사 자리가 얼마나 쏠쏠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한 것인지 몹시 궁금하다. 해먹는다는 말보다 진정 더 천박한 태도는 김광동 이사처럼 우파연하면서 좌파의 눈치를 살피며 자기이익을 계산하는 태도다. 그것도 평소엔 이승만 찬양, 박정희 찬양하며 그 누구보다 확고한 우파연하다 막상 방문진 이사 선임할 때가 되니 “내가 극우는 아니지 않으냐” 며 좌파의 눈치를 보는 이런 태도 말이다. 좌파가 오랫동안 극우로 부르는 조갑제 대표나 고영주 변호사가 좌파언론에 그런 호소를 했다는 얘길 필자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두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저명한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김광동 이사가 방문진 이사 6년을 하면서 필자는 MBC 개혁이든 우파세력이든 그가 단 한 가지라도 공헌했다는 얘기나 성과물을 본적이 없다. MBC가 예전과 달라졌다? 그것이 어떻게 김 이사의 공이고 성과라고 할 수 있나. 김광동 이사가 없었다면 MBC는 그럼 지금과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건가. 김광동 이사가 있어 지금의 MBC가 될 수 있었다고 누가 주장한다면 그 증거와 논리를 내놓길 바란다. 김 이사는 우파의 MBC 개혁을 막으면서 방해세력처럼 굴었으면 굴었지 단 한 가지라도 공헌하고 공을 세운 사실이 없다. 그런 김 이사를 박근혜 정부가 왜 3년을 더 방문진 이사로 ‘모셔야’ 하나. 역사상 한 사람이 이사를 9년간 한 일이 없는데 우파가 그런 치욕스런 수모와 비판까지 감내할 정도로 김광동이란 인물을 밀어줘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누가 단 한 가지라도 필자에 제시해보길 바란다. 김 이사는 6년간 재임하면서 MBC의 옥상옥의 위치에서 우파진영 지원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김광동 이사와 소통하며 그를 닮아가는 MBC

그런 김광동 이사가 상왕 노릇을 하던 MBC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대 때, 최대한으로 자신들 지지 세력을 위해 방송하고 프로그램과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자기네 패널을 섭외하면서 지원에 앞장을 섰던 MBC 경영진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MBC 내부를 사실상 총괄하는 핵심인 미래기획본부장 자리에 좌파의 눈치를 보는 김광동 이사와 고등학교 선후배사이인 백종문 본부장이 앉아 있어서 그런 것인지, 필자는 그런 의심도 지우기 어렵다. 백종문 본부장도 김 이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인물이다. 본인이 스스로 한 말도 뒤집어엎고 자기변명에만 열을 올린다. MBC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좌우 노조, 직원들을 가리지 않고 불만이 가득한 이유도 다른데 있지 않다. 경영진이 김광동 이사와 같은 이와 소통하고 일을 하는 사이에 MBC는 아군에게마저 인심을 잃는 황폐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우파가 ‘사상초유’, ‘유례없는’ 이런 욕과 비난을 들어가면서 김광동 이사를 무리하게 3연임을 시켜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김광동 이사의 언론관이나 행태, MBC 개혁방식도 이미 박근혜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6년 동안 우파를 위해 한 일이 없는 김 이사가 3년을 더 일한다고 별달리 기대할 일도 없다. 더욱이 MBC 개혁을 위해 우파시민사회와 함께 할 생각이 없다는 점도 언론인터뷰에서 드러났다. 그가 우파시민사회 마당발처럼 다니면서 끈끈한 인맥과 교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막상 그런 인맥이 본인의 인간관계에만 그칠 뿐 정작 절실히 필요한 공적인 일에는 별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필자는 김광동 이사의 방문진 이사 3연임에 공개적으로 강력히 반대한다. 좌파의 눈치를 보고 미디어오늘의 공격을 두려워하며 극우라는 평가는 듣기 싫어하는 인물을 위해 우파가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며 희생할 이유가 전혀 없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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