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 포털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가 새로운 뉴스제휴 정책으로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를 제안한 뒤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활동에 들어가면서 관련 참여단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하고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23일 열린 ‘인터넷 생태계 현안과 개선 방향’ 세미나도 그 중 하나다. 이날 세미나에서 언론학자들과 관계자들이 토론한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포털 진입기준(=퇴출기준)을 언론사 기준(형식)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기사(질)로 따질 것이냐다. 언론학자들은 조선일보든 듣보잡 매체든 어뷰징 기사, 베껴쓰기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기업을 압박해 광고를 받는 것도(사이비언론)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니 퇴출 기준은 기사의 질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같은 곳은 최소 인력 5명, 4대보험 가입, 자체기사 비율 50% 등 언론사 등록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 다 맞는 얘기고 일리가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은 부수적인 것일 뿐 근본적인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

유사언론 포털의 자의적 편집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 

포털이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구성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포털의 편향 문제다. 지금은 덜하지만 포털 뉴스편집은 하나같이 반새누리당, 반보수, 좌편향(혹은 진보색채의) 일색이다. 분명 독자들은 조중동 등 보수우파 신문과 인터넷매체를 구독하고 찾아보는 이들이 훨씬 많은데, 포털만 들어가 보면 이곳은 정반대의 역전현상을 보인다. 메인 화면에 굵은 볼드체로 노출되는 기사들, 인기기사, 중요기사 등 중요한 코너에 걸려있는 기사들은 여당과 보수우파에 불리한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노컷뉴스 등 순 좌편향 매체 일색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과도 거리가 멀었다. 무슨 원칙과 기준으로 선정됐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언론사들은 편집자가 누군지 공개하는데 포털은 담당자가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자의적인 기사배치로 분명 편집권을 갖고 언론의 기능을 하는데도 직접 책임을 물을 수도 없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른 한편의 문제는 포털이 어떤 기준으로 언론사를 진입·퇴출시키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뉴스파인더의 경우 네이버로부터 여러 번 퇴짜를 맞았다. 퇴짜의 이유도 매번 달라졌다. 어떤 때는 정치 분야의 기사가 많다고 하거나 간혹 실수로 편집이 제대로 안 돼 나간 기사가 있다면 그것이 퇴짜의 구실이 됐다. 하나 같이 납득하기 힘든 이유들이었다. 그런 식이라면 정치기사를 수두룩 쏟아내는 매체들이 포털에 잘만 나간 것은 무엇이며 분명 실수로 보이는 기사 같지 않은 기사들이 포털 네이버 기사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점들은 포털의 뉴스제휴 언론사 선정이 순전히 엿장수 마음이라는 증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니 좌편향 우위의 편집을 하는 포털사들이 우파매체의 진입을 막는다는 의심이 당연히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도 역시 포털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포털이 언론사로서 기능하면서도 법적으로 책임은 피한다는 데 있고, 이는 사이비언론, 어뷰징, 기사 카피와 같은 문제 양산과 무관치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정체성의 문제다.

포털은 단순 뉴스 중개자 아닌 거대 언론사, 정체성을 찾아라

며칠 전 광고단체들(한국광고총연합회·한국광고주협회·한국광고산업협회)이 성명을 낸 것이 있다. 단체들은 “포털은 이제 단순한 뉴스 중개자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언론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현재의 포털은 뉴스 유통의 독점적 지위는 누리면서 유사언론행위나 뉴스 어뷰징 등 인터넷 언론 생태계를 위협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이 부족해 보인다”고 포털사로서는 뼈아픈 지적을 했다. 포털이 뉴스 제휴사 선정을 제3기구에 맡겨 놓은 건 귀찮은 혹을 하나 뗀 것에 불과하다. 그 기구 안에서 이해당사자, 관련자들이 모여 아귀다툼만 하게 될 가능성만 키울 뿐 포털 안에서 벌어지는 사이비언론, 어뷰징, 기사베끼기 등의 부작용은 근본적으로 막을 수가 없다. 포털이 뉴스제휴사 선정을 자체로 하던 외부에 맡기든 핵심은 포털사가 언론의 편집 기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으며 실시간검색어 서비스와 같은 상술이 더해져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포털이 양산하는 온갖 부작용을 줄이는 데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와 같은 기구는 단기처방은 몰라도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와 같은 포털사가 현재 기능하는 대로 사회적 책임을 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해결의 열쇠다. 다시 말해 포털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다. 포털이 유사언론행위를 하면서 언제까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남아있을 순 없다. 포털의 애매한 정체성을 놔두고 사이비언론 퇴출, 기사 어뷰징, 기사 카피 문제를 아무리 떠들어봐야 해결되지 않는다. 포털이 언론의 지위를 얻는다면 언론사로서 저널리즘의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의 해결에 나설 것이고 해결은 오히려 쉬워질 수 있다. 언론사 기사를 자체 배치하는 유사언론행위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다면 뉴스서비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새 기준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언론이 거대 포털 안에서 기생하는 현재의 생존방식을 과감히 깨는 창조적 파괴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근본적 처방 없이 언론사 포털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사를 걸러내며 사이비언론을 고발해봐야 포털로 인한 온갖 적폐는 해소되지 않는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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