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기자] 혈우병 환우협회(보건복지부 등록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코헴회 65차 대의원회의(6월6일)를 통해 선출된 김은기 비상대책위원장을 코헴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국은 8월에 있을 여름캠프를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었다. 캠프 기획단 회의가 열리고, 사무실 한쪽 벽엔 기념티셔츠가 슬로건을 새긴 채 걸려 있었으며, 신청전화가 수시로 벨을 울렸다. 김은기 비대위원장도 실무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채 캠프 준비를 보고받고 전화통화를 이어가느라 바빴으며 넓지 않은 사무실에서 방문회원까지 맞이하는 모습이었다.

여름캠프는 한국코헴회의 사업 중 가장 규모있고 오래된 대중행사이다. 전국에서 많을 땐 400여명의 혈우환우와 가족이 참여하여 먹고 생활하고 공부하고 즐기는 빅 이벤트인 것이다.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걱정이 없지 않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코헴회이기에 여름캠프를 어떻게 잘 개최하느냐에 혈우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는 취임 50일차 김은기 코헴 비대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소개말씀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김대봉 전임 회장님의 잔여 임기동안 코헴회를 잘 마무리해달라고 대의원님들이 선출해주신 비상대책위원장 김은기입니다. 오시면서 ‘가족적인 분위기’ 말씀하셨잖아요? 동병상련이란 말도 있지만 우린 특히 희귀질환이다보니까 더 관계가 끈끈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가족적인 분위기를 모든 회원들과 함께 끌어가고 싶은 한사람입니다. 
 

코헴회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는요?

- 코헴회라는 단체가 생기기 전부터 혈우병 환우들 모임에 참여를 했었어요. 88년~89년에. 저희를 주축으로 해서 환자단체의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고리회’가 있었는데, 그 모임을 만든 사람 중의 하나죠. 그래서 그런지 코헴회에 갖는 감정이 남들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더 애정이 가고, 좀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죠. 최근 몇 년간 회원으로, 대의원으로서 협회에 참여해 오다가 내년도 차기에는 회장으로도 출마를 해보고 싶었고 그러던 중에 코헴회의 부름을 받고 비대위장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코헴회를 이끌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비대위’라는 자리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또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선배, 후배들과 수시로 나누고 있죠. 그러면서 몇몇 지인들이 하는 얘기가, 우스개 처럼 ‘뭘 또 하려고 하느냐, 그냥 임기나 잘 채우고 와라’, ‘비상이라는 말이 들어가니까 더 강력하게 뭔가 할 수 있지 않겠느냐’...(웃음)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요, 저는 임기와 관계없이 코헴회가 꼭 필요로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겁니다. 당선되고 첫 공지글에도 썼듯이 치료와 복지를 같은 무게로 두고 싶습니다. 저는 치료도 복지고, 잘 된 복지도 곧 치료라고 생각하는데 제 느낌에 현재까지는 치료쪽에 좀 더 무게가 실려오지 않았나, 그래서 두 축이 균형있게 나아가도록 할 겁니다.

어떤 분들은 ‘비대위’라고 하니까 코헴회에 무슨 큰일이라도 났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개인의 의견을 ‘법’이라는 도구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좀 시끄러웠을 뿐이죠. 그러나 개인의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코헴회의 명예와 금전적인 부분을 실추시키는 것은 묵과할 수 없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물론 화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제일 먼저 찾겠습니다. 요즘 제가 하는 일이 그겁니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선후배들, 의료진, 환자 가족들... 그 속에서 답을 찾고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혈우병 사회에 전하는 말씀 들려주세요.

- 내부적인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겁니다. 그리고 현재 정관 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정관 안에서 세칙 같은 것이 정확히 표현되지 않다보니까 그에 따른 실천의 방향이 서로 달라 문제가 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코헴회가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임기 내에서 최선을 다할테니 믿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이 일하고 계신 분들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요?

- 옆에 사무국장님이 있는데, 우리 남용우 사무국장님은 제가 ‘노지심’이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노지심’은 수호지에 나오는 중(스님)인데, 힘 세고 우직하고 의리있고... 별명을 잘 붙였던 것 같아요. 딱 그런 식이에요. 옆에서 지켜보면 뚝심있고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이 우리 코헴회에 꼭 필요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랑 궁합도 잘 맞는 것 같구요.(웃음)


환자단체에서 있었던 즐거운 추억 한 토막 들려주세요.

- 너무나 많은데, 저희 초창기 캠프 갈 때에는 여건이 열악하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저희 손으로 모든 걸 해냈었죠. 음악하는 환우가 와서 기타를 치고, 조금 몸 건강한 친구들은 장비를 설치하고, 어머님들이 각자 음식재료들을 준비해 와서 직접 요리해 환자들을 먹이고... 또 먹다보면 한 두 녀석이 없어요. 바닷가에서 노느라고요. 그러면 배곯을까 잡아다가 먹이고 또 놀게 하고. 숙소가 민박집이어서 열악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방이 부족해서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자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런게 요새 말하는 ‘야외취침’의 원조가 아니었겠어요. 캠프파이어 때는 옥상에서 장작까지 철사로 이어서 솜뭉치에 불을 붙여 떨어뜨리잖아요? 그거 하나 만드는데도 한나절씩 걸렸지만 기어이 우리 힘으로 해내고 그랬지요. 화려하진 않았어도 가족같은 분위기가 있었던 그때가 참 기억이 많이 납니다.
 

홈페이지에서 위원장님 글도 보고 했지만 역시 사람은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 느낌이 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시판 회원의견에 답글까지 달아주시고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 자랑도 아니지만 제가 가진 재산이 그것 밖에 없습니다. 사람 많이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것. 저녁에 집에 들어가면 수십 명하고 카톡, 문자 주고받는 게 일과죠. 가능한 한 많은 회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코헴 회원들께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 예전에도 글로 쓴 적이 있지만, ‘관심을 가져달라’, ‘표현을 좀 해달라’입니다. 물론 그것은 코헴회가 하기 나름일 겁니다. 회원들께 지금까지 멀게 느껴졌던 코헴회였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다가갈테니 관심가져주시고 표현해주시길 바랍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좌측부터 헤모필리아라이프 배철순대표, 코헴 김은기 비상대책위원장, 남용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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