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기자] 시쳇말로 ‘말 많고 탈 많았던’ 혈우병환우회 '코헴회'의 임원선출을 놓고 법정다툼 끝에, 김대봉 전회장이 물러나고 김은기 대의원이 2천 여 명의 혈우환우를 대표하는 비상대책위원장에 선출됐다. 잔여임기는 6개월 정도로 짧은 듯 하지만, 김 위원장은 “코헴회를 소통하는 코헴회, 투명한 코헴회, 화합하는 코헴회를 만드는데, 노력 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서 곧 언행일치를 보이는 행보를 시작했다. 먼저, ‘정관개정 자문단’을 구성하고 소속 회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창구를 만든 거다. 구성원을 살펴보면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회원들이 참여하게 됐고 연령뿐 아니라 지역적 안배까지 고려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동안 ‘폐쇄적인 운영이 아니냐’라는 불평과 불만을 해소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정관개정부터 도마 위에 올린 이유는 현실에 맞지 않고 세밀하지 못한 정관 때문에 갈등이 발생되었다는 것을 지적한 거다. 더욱이 법률자문을 통해 법적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대에 맞게 시야를 넓히려는 거시적 혜안이다.

환자가 아닌 일반조력자 확보도 가능할 것

   
▲ 김은기 한국코헴회 비상대책위원장 ⓒ코헴홈페이지

환우회의 특성상 외부인사와의 소통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한켠에서는 ‘단체를 돕고자 해도 견고한 장막 때문에 일반인들이 들어가 융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울러 ‘만성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남의 의견을 수용할 자세가 부족한 환자들’이라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 화두에 올린 ‘정관개정’에 대해 회원들과 법률자문을 통해 객관성과 합리성 신뢰성까지 확보하겠다는 의지는 조력자(환우가 아닌 일반인들)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 위원장은 과거 고리청년회(코헴회의 전신으로 한국혈우재단과 한국코헴회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환우회에서 ‘버팀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큰 형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어린 환우들에게 기꺼이 상담창구가 돼 주었다. ‘이 사람 오지랖 한번 넓다’라는 말은 그를 두고 비판적인 평가가 아닌 긍정적 평가로 떠올라 회자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환우회 규모가 커지고 안정화에 접어들자 그는 곧 사라졌다. 아우들이 이끌어가는 코헴회를 먼 발치서 지켜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뒤 단체가 혼란스러워지고 논란 거리가 커지면서 다시 한 번 그가 등장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서울경기지역 대의원으로 선출됐고 이어 ‘바둑모임’ 등의 소모임에 관심을 갖고 ‘깨알’같은 행보를 펼쳤다. 그는 이같은 미시적 활동에 대해 “소모임을 만들면 지회모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속 뜻을 털어놨다. 그의 예상대로 소모임이 활성화되면서 환우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시간이 늘어났고 코헴회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일익 적중했다.

이제 그는 코헴회의 비상대책 위원장으로써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혼란스러운 환우단체를 어떻게 정상화 시키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골이 깊게 패인 한국혈우재단과의 관계나, 녹십자 화이자 박스터 등등의 제약사들, 각 지역의 지회장과 대의원들, 관련병원의 혈우병 담당 의사들과의 관계회복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이같은 ‘코헴회 난제’들은 잔여임기 6개월이라는 초단기간에 풀 수 있는 과제들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여러 곳에서 김 위원장에게 기대를 모으는 까닭은 지금까지 한국 혈우병 사회에서 보여줬던 그의 자신감 넘쳤던 활동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임기, 짧지만 선 굵은 행보기대… 충분히 ‘문제점’ 교정할 수 있어

실패자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앞의 장애물만을 탓한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잘못된 점은 간과하고 남만 탓하는 모습 때문에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핵심적인 문제가 ‘내부에 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따라서 해결할 문제를 찾아 해매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에 이제는 바로 문제들을 꺼내어 수정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온 거다. 이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이미 벌어 놓은 거다.

기대와 희망을 갖고 ‘큰형의 몫’을 감당해 낼, 김은기 비대위원장의 모습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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