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명 칼럼]유승민 파동을 수습한 김무성 대표가 새 원내대표로 원유철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부산이 지역구인 김정훈 의원을 맞게 됐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면서도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그대로 끌어올렸고, 친박이 유력하다던 정책위의장에 역시 비박계 인사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강화됐다거나 취임 1년을 맞아 2기 체제 원내대표진을 비박계로 꾸린 김무성 대표의 영향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을 하지만 둘 다 정확한 분석은 아니다. 김무성 2기 원내대표 구성 콘셉트가 가리키는 건 딱 하나다. 내년 총선이다. 유승민과 함께 뛰었던 정책위의장 경기 평택 원유철을 그대로 잇고 비박계 부산 3선을 새롭게 정책위의장으로 선임해 새누리당이 총선체제로 돌입했음을 선언했다. 친박 중 친박 인물이 정무수석에 임명되면서 누구는 청와대의 하달이 강화될 것이라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수능시험 앞둔 고3 아이의 심기는 아무리 엄한 아버지라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유승민 파동 그럼에도 김무성은 자기 색깔 낼 것

권력의 추가 어디로 어떻게 기울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새누리당에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으로 박근혜 정권의 실패는 기정사실이 된다는 점이다. 총선 승리는 정권을 성공시켜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차기를 노리는 김무성 대표에게나 공통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유승민 파동으로 안 그래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유승민 급부상이란 역작용으로 찍어내기 후유증을 앓는 청와대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리 없다. 내년 총선 체제에 들어간 당에 대해 불필요하게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거나 친박 공천 문제에만 매달린다는 이미지를 준다면 그것으로 심각한 내상을 또 입을 수 있다. 김무성 대표가 원내대표 진용을 다시 비박계 인사로 꾸릴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영남과 충청이야 박 대통령의 여전한 영향력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지만 결국 총선 승패를 가르는 건 수도권과 부산경남의 성적이 아닌가. 

김무성 대표가 진두지휘할 내년 총선 성적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도 달린 셈이니 박 대통령과 김 대표야말로 순망치한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날선 갈등을 겪었지만 두 사람은 사실상 공동운명체로 한 배에 올라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승민 다음에 김무성이라는 말이 돌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그것도 현실적으로 녹록한 일이 아니다. 어찌됐든 김 대표는 총선체제의 당을 지휘해 가는 과정에서 제갈공명이 와도 해결이 어려운 친박비박 갈등 조정을 위한 해결사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당장 당이 찢어질 것 같은 위기에 놓여도 봉합할 수 있는 절묘한 중심점을 찾아내 균형추 노릇을 해야만 한다. 그러니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김 대표가 유승민을 껴안지 못하고 잘라낸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도 않고 더욱이 큰 정치를 꿈꾸는 리더로서 의리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멀리보고 가는 김무성 그리고 유승민

유승민 정국에서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김 대표가 좀 더 과감하게 차기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새누리당이 민주적 정당임을 국민에게 증명하는 방향으로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김 대표가 2기 체제를 정비하면서 새로운 원내대표 진용을 꾸리고 당 정비에 나서는 모습에서 묻어나오는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볼 때 한편으론 기대감도 든다. 언제든 깨지기 쉬운 살얼음판이긴 하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그 판을 끌고 가 내년 총선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분명한 의지도 읽을 수 있다. 당장의 수모를 피하거나 인기를 얻겠다는 단기적 차원의 결단이 아니라 당의 미래부터 생각한다는 김 대표 선택이 틀렸다고 비판만 할 수도 없다. 가장 안전한 방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가장 도전적인 정치실험일 수도 있다. 그 실험의 성공이 새누리당 성공이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고 국민의 성공을 뜻하기도 하니 김 대표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유승민 파동의 원인은 자존심 강한 엘리트 유승민 개인의 캐릭터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유 의원의 강한 고집과 그가 생각하는 원칙주의가 청와대와 부딪혀 낳은 우발적 사건이 이번 파동의 실체다. 원인과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유 의원은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고, 새누리당 입장으로서도 당의 정치적 자산을 풍부하게 늘린 결과가 됐다. 청와대 역시 민심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 교훈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유 의원은 이번 일로 위기와 동시에 기회를 얻었다. 당과 국가전체보다는 개인소신이 더 돋보였다는 건 꼭 칭찬만 될 수 없다. 리더가 된다는 건 소신 없이 안 되지만 소신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다. 유 의원이 어려운 선택을 했고, 험난한 길을 가겠지만 그 중심에는 당이 있어야 한다. 당을 위해 유 의원이 어떤 희생정신을 보여줄지에 미래가 달렸다. 반짝 인기에 여러 유혹이 있겠지만 김무성 대표가 강조한 선당후사의 길이 무엇인지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으로 이번 파동으로 고개를 돌린 지지자들의 마음을 다시 얻어야 한다.

미디어그룹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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