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종 미디어내일 대표

[이석종 칼럼] 전쟁터에서 싸우다 총에 맞아 죽는 한 병사의 죽음도 아니고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려다 맞아 죽는 조선의 병사도 아니다. 그들의 죽음에는 명분이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장렬히 전사한다는 것이다. 

현대에서 가장 무섭고 잔인한 살인은 무엇일까? 입을 통한 거짓말과 누군가를 음해, 모략하려는 의도가 방송 전파를 타면 그것은 총보다도 더 무서운 살인무기가 된다. 칭찬과 좋은 말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누군가를 짓밟으려는 거짓이 낳은 결과는 잔혹한 살인보다도 더 무섭다.

우파는 신중하고 좌파는 지르고 본다

KBS가 지난 달 24일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발발직후 일본 망명을 타진했다는 생뚱맞은 뉴스를 내보냈다.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는 허위 보도에 대하여 정정 보도를 요구했고, 우국애국진영은 정정보도, 사과방송,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KBS의 거짓은 단순한 오보인가 아니면 날조인가? 

이인직 하면 학창시절 배운 사실이 떠오른다. ‘혈의누’라는 작품을 쓴 작가로 신소설의 효시가 된 인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면의 이인직은 누구인가? 이완용의 심복으로서 통감부 외사국장 고마쓰와를 만나 한일합방이 체결되도록 하는 매개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그의 작품이 제국주의적 국가관을 암암리에 담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교육 뿐 아니라 언론이 역사에 대해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도하지 못하면 한 면의 진실만 알고 다른 면의 진실은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오보와 날조는 구분되어야 한다

KBS의 이번 이승만 보도 논란에서 오보와 날조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미확인 문건을 가지고 인물 전체를 매도한 보도를 단순히 정정보도로만 끝낸다면 그것은 피해 당사자에 대한 갑질에 해당하는 것이다.

엎지른 물은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생각 없이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그 말은 사방으로 전파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오보라면 공개사과 하고 (조직적, 개인적)날조라면 사법당국의 처벌까지 고려돼야 한다.

나무에 박힌 못은 빼내면 되지만 빼낸 자리의 상처자국은 나무가 서 있는 한 영원히 흔적으로 남게 된다. KBS 이사회는 이번 보도의 여파가 KBS 공정성과 위상에 어떤 상처를 남길 것인지 신중히 고려하여 제대로 수습해야 할 것이다.      

MBC 김재철 사장 해임의 교훈 - 확고한 신념 가진 공영방송 이사의 필요성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차기 KBS 이사회 이사와 MBC를 관리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공영방송 이사회 이사 선임이 중요한 시국이다. 현행 공영방송 사장 선임방식은 KBS 이사회는 여야 7대4 구조로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고, MBC 방문진은 여야 6대 3구조로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여 사장을 선임하고 있다. 사장 선임에 필요한 최소 찬성표는 KBS는 6명, MBC는 5명으로 의결하고 있다. 

여기서 야당 측 이사들이 줄곧 요구하는 게 특별다수제이다. 야당이 원하는 대로 사장 선임 방식을 특별다수제로 바꿀 경우 KBS는 최소 찬성표가 8명이 되어야 한다. MBC는 최소표가 6명으로 되어 여당 이사의 표만으로 사장 임명이 가능하다. 

이런 문제로 인해 언론노조 측에서는 방문진 이사를 2명 증원하여 KBS와 똑같이 11명으로 늘려 특별다수제 채택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 쪽에선 가만히 있는데 야당 측에서 왜 이런 주장들을 줄기차게 하는 것일까? 단지 표 대결만 불리해서 일까? 자기밥그릇 챙기기는 아닐까?

물론 특별다수제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여야 합의에 의한 사장 선임’이라는 대의명분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현실과 정당구조 상 방송정책마저 정파끼리 똘똘 뭉치는 현실의 한계 상 이 제도는 공영방송을 더욱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고야 말 것이다.

특별다수제는 야당의 찬성표가 최소 1명 이상 필요하도록 강제하므로 야당 이사가 캐스팅 보트를 쥔다. 여당이 뭉쳐 적절한 인물을 사장으로 임명 하는 게 사실상 원천 봉쇄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인물을 이사로 선임 하느냐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 추천 이사들은 소신과 뚝심 있는 인물들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공영방송 이사로 선임하면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여야가 대립하면 사장 임명이 지연되고 결국 야당 눈치만 보는 소신 없는 사장, 자질미달, 무능력자 사장이 선임될 수 있다. 

보수정부에서는 그나마 여당 우위구조 덕에 임명된 사장이 경영과 인사를 통해 언론노조의 일탈을 견제할 수 있었던 중요한 기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특별다수제는 야당의 동의를 얻어 임명된 사장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KBS 장악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된다.

언론노조의 보도·시사프로그램 장악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특별다수제는 야당과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꼼수로 밖에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5년 이제 반이 지나가고 있다. 국민들은 메르스 사태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때 정부에서 추진하고 정책이나 추경 등 현안사항을 뒷받침 해주어 국민들이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는 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 자리를 서로 더 많이 갖겠다는 그들만의 방송이 아니라, 그들만이 원하는 공정한 방송이 아니라 국민이 갖고 있는 보편적 공정성을 만족시키도록 거듭나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정부 여당 측 KBS 이사 및 MBC 방문진 이사들은 소신과 뚝심을 지닌 이들로 구성돼야 한다.  

미디어내일 대표 이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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