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KBS의 ‘이승만 정부 일본망명요청설’ 조작보도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KBS의 기사 삭제 및 정정·반론보도를 허위보도를 바로잡는 언론의 책임 문제가 아닌 보수진영의 압력 탓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어서다. 

PD저널이 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의 논평을 기사화한 <KBS ‘이승만 일 망명’ 보도 삭제에 언론단체 비판> 역시 KBS 이승만 조작보도에 관한 설명을 왜곡했다. 

▲ PD저널 관련 기사 캡처 이미지

PD저널은 “KBS가 ‘이승만 일본 망명설’ 보도 이후 보도 삭제 및 이사장 개입 파문 등으로 내외부적 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지난 9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논평을 통해 “이사장이 보도에 개입하고, 보도개입을 위한 이사회를 소집하는가 하면, 이도 모자라 보도를 삭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KBS는 보도 삭제의 이유를 밝혀라”라고 규탄했다고 전했다. 

PD저널은 그러면서 “앞서 KBS는 지난 달 24일 <뉴스9>에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꼭지를 통해 ‘이승만 정부가 6.25 전쟁 발발 직후 일본망명을 추진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바 있다.”면서 “이후 보수언론 및 보수단체의 거센 반발을 받은 KBS는 지난 3일 보수단체의 입장을 수용한 내용의 반론보도를 다시 냈으며 해당 보도는 인터넷 다시보기에서 삭제했다. 이인호 KBS 이사장은 당초 보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부당 방송 개입’ 파문이 일기도 했다.”고 썼다.

이어 PD저널은 언론개혁시민연대의 기사 삭제 비판과 이인호 이사장이 보도에 개입했다며 비판한 사실을 전했다. 

이처럼 PD저널은 보수언론과 보수단체의 반발 때문에 KBS가 반론보도 및 기사 삭제를 한 것처럼 보도했다. 문서 날짜 조작 등 허위사실뿐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가능성에 불과한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요청’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며 ‘이승만은 비겁한 도망자’란 왜곡된 이미지로 매도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PD저널은 KBS의 해당 기사가 날짜를 조작함으로써 기사의 일부 팩트 오류에 머물지 않고 전체적으로 허위보도가 됐다는 점은 간과했다. 

김승근 미디어내일 공동대표 겸 미디어비평가는 “일부 팩트 오류는 정정반론보도 하고 기사를 그대로 둘 수 있지만 KBS 이승만 일본 망명 요청 기사의 경우는 기자가 아예 이승만의 일본망명 요청을 사실처럼 믿거나 아니면 독자에게 그렇게 믿도록 의도를 가지고 가닥을 잡아 쓴 맥락의 기사라, 기사가 전체적으로 허위기사”라며 “조작보도라는 게 드러났는데도 이런 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무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조작보도 문제를 보수세력 공격소재로 역이용, 좌파언론이 언론타락 부추긴다”

PD저널 뿐 아니라 앞서 언론노조 진영의 매체들은 이와 관련해 KBS의 조작보도가 아닌 ‘보수진영의 압력’에 초점을 맞춰 KBS 반론보도가 굴욕적이라고 비판한 기사를 쏟아냈다. 공영방송 KBS의 조작보도 본질을 가리는 물타기성 보도인 셈이다.

미디어오늘은 “KBS가 지난달 24일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의 망명설’을 보도한 후 안팎의 비난에 시달리다 결국 반론을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KBS 보도국 간부들이 이승만기념사업회 측을 직접 만나 해명했다.”며 “친일 논란이 인 이인호 KBS 이사장은 관련 보도 경위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 파문과 무관한 이인호 이사장까지 ‘친일’ 프레임에 끌어들이려는 노골적 의도가 엿보인 대목이다. 

한국기자협회는 <기사 삭제하고 반론 리포트까지…황당한 KBS>란 제목으로 “KBS가 지난달 단독 보도한 ‘이승만 정권 일본망명설’ 기사에 대한 반론 보도를 리포트로 내보내고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해당 기사마저 삭제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자사 보도에 오류가 있어 반론을 전할 수 있지만 이례적으로 당초 보도와 같은 분량의 리포트로 전한 데다 단독이라고 내보낸 ‘이승만 정권 일본망명설’ 기사를 온라인에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 역시 언론노조KBS본부노조 측 주장을 일방 전했을 뿐 기사의 허위성은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미디어스 역시 <보수세력, KBS ‘이승만 일본 망명’ 보도 강력 비난> 제목의 기사에서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당시 일본 망명을 추진했다는 KBS 보도의 후폭풍이 크다.”며 “선조와 이승만 대통령을 비교한 기사는 당일 삭제되기까지 했지만, 보수세력들의 ‘KBS 이승만 보도 때리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도 <KBS ‘이승만 망명’ 이례적 반론보도…보수 진영 눈치보기?>란 제목으로 “이른바 ‘이승만 정부 망명 요청설’을 보도한 <한국방송>(KBS)이 애초 보도와 비슷한 분량의 주요뉴스로 반론보도를 내보내면서 내부에서 ‘뉴라이트와 보수진영 쪽에 굴복한 굴욕적 반론보도’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승근 비평가는 “언론의 영역에서 다뤄야 할 공영방송의 조작보도 문제를 진영, 정치적 프레임에 끼워 맞춰 보수진영을 역공격하면서 가리는 것이야말로 정상적인 언론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번 이승만 조작보도 사건만 봐도 좌파언론이 얼마나 언론타락을 부추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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