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박주연 기자] 8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보도의 정확성 제고 방안에 관한 보고’를 안건으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희대의 조작보도’라며 거센 비판을 받는 오보를 시종일관 싸고돌았다. 

‘이승만을 폄하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보도’ 비판이 거센 공영방송 KBS의 치명적 오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특히 기본적인 팩트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취재원의 정보를 그대로 믿고 오보를 낸 기자, 데스크의 문제와 KBS의 허술한 게이트키핑 문제는 외면한 채 언론노조KBS본부 측의 ‘보도개입’ 등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그대로 대변했다.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사가 수준이하의 오보를 내고 보도의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받으며 여론의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이에 대해 아무런 지적도 해선 안 된다는 억지주장에, 이사회가 사실상 KBS 관리·감독에서 손을 떼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 셈이다.

KBS 신입기자의 과거 사적 커뮤니티 활동 등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트집 잡았던 야당 측 이사들이 정작 허위보도로 국민적 공분을 산 보도에 대한 논의는 틀어막은 셈이다.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소집 자체가 불법이라며 반발했다. 보도된 지 2주가 흘렀고 개별뉴스 보도에 이사회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스 등 다수의 미디어매체 기사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저는 이사회에서 얘기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언론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이사들이 지혜를 모으면 모을수록 좋은 건데… 뭘 결정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권리를 제한하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독립성, 공정성 이런 것 때문에 이사들은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해선 안 된다는 건 법(<방송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본다.”며 “보도·편성 과정에 관여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좋은 질의 방송이 나가느냐에 대한 책임은 이사들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 하는 것은 제작자들이 하는 것이고. (이사들은) 자유롭게 발언해야 하고 발언할 권리가 있다는 것 이상으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제시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치적인 눈으로 편파적이라고만 볼 게 아니라”라고 덧붙였다. 공영방송 KBS의 보도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사회의 관리감독 권한 영역에 속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KBS의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이번 오보에 대해서도 간접 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야당 측 이사들은 KBS본부노조 측의 입장만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KBS 허위보도 책임 지적 않고 기자와 PD의 자유만 주장한 야당 이사들

이규환 이사는 “이번 이사회는 보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김주언 이사도 “특정집단과 특정세력의 반발을 사회 전체의 목소리인 것처럼 이사장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 측 이사들이 이사회 소집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자 이사회는 20분가량 정회되기도 했다. 다시 회의가 시작된 후에도 야당 이사들의 계속된 반발로 안건 상정은 끝내 무산됐다.

이규환 이사는 “이인호 이사장이 그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처음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생각에 참담하다”며 “이사장은 적어도 방송 제작 자율성을 존중해야 하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가르치려 하고 따르라고 해선 안된다. 부디 방송 독립성을 저해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했다.

최영묵 이사도 “이사회는 근본적으로 KBS의 독립성을 지켜주고 외부의 압박을 막아주는 조직이어야 한다”며 “이번 안건은 절차성 합당성도 결여되어 있고 내용상으로도 방송법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단일 보도를 논의 대상으로 삼으면 독립성을 침해할 뿐 아니라 기자들의 자율적 취재 의지가 위축될 수 있다”며 “이것은 심대한 표현의 자유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준상 이사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사장 개인의 역사관과 가치관을 투영하려는 시도”라며 “특정 집단세력의 불만을 이사장 스스로 대변하고 자처하면서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방송편성 자유, 노조가 오해, 보도제작 기능 이상문제 이사회가 충분히 다룰 수 있다”

반면 여당 측 이사들의 반박도 이어졌다. 이병혜 이사는 “(이승만 정부 망명 보도는) 보도한 기자가 아주 무지했거나 특종을 바랐거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가를 대표하는 공영방송 KBS라는 그런 걸 게이트키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가 이승만기념사업회의 주장을 바탕으로 나간 반론보도를 ‘굴욕적’이라고 지적하자, 이병혜 이사는 “KBS는 정말 자존심도 없나. 다들 화성에서 오셨나. 일본 시골 야마구치현 현사에 나온 걸 가지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대통령 일본 망명 요청설과 관련해서 논란이 있으니까, KBS가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국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서 방송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사회가 열렸다고 봐 주시면 좋겠다”며 “우리(여당이사들)라고 KBS가 잘못되길 바라겠는가. 풍문으로 들었소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한 하나의 자리로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정규 이사는 “이승만 대통령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족주의자고 독립운동가이며 최고의 석학자다. 잘 때도 권총 들고 자면서 ‘나는 여기서 죽겠다’고 하는 분이 야마구치현에 망명 정부 세운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걸 보도한 것 자체가 실수한 거다. 이번 보도는 의도적으로 한 건 아닌 것 같고 공명심에서 자료를 들추다 보니까 보도한 것 같다. 이 부분을 우리 이사회가 너무 깊이 관여할 건 아니지만 수수방관할 사안도 아니다. (이 보도가) 우리나라 국익에 무슨 이득이 있느냐, 반세기가 지난 마당에”라고 말했다.
 
이상인 이사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 제4조 2항을 언급하며 “이 부분은 저희 이사회에 적용되는 사항이 아니다. 일부 기자, PD들은 이 조항을 들어 자신들이 보도하고 제작한 프로그램을 이사회에서 언급하는 것조차 잘못된 것이고, 이사들이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건 기본 방송이론과 대법원 판례를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상인 이사는 “4조 2항의 취지는 국가권력이라든가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보도 기능이나 제작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으면 얼마든지 이사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에는 가능하면 집행기관의 자율성에 맡기도록 해서 (의견 표명을) 자제해 왔기 때문에 정식 이사회에서는 안건으로 다루려는 것을 회피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최양수 이사 역시 “(이번 이승만 보도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 설정해서 건설적 논의 촉발되게 하기보다는 정파적인 소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KBS이사회도 왜 이 논란의 원인이 뭔지 어떻게 이 사건이 진행돼 왔는지 알고, 혼란이 확산되거나 재발되는 것을 막을 책무가 있다고 본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측 이사들은 보도내용으로 이사회를 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양성수 이사는 “보도 과정에서 지시나 압력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만 사후 건과 관련해서는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것과 관련해 임시 이사회를 열어서 안건을 정식 논의하는 게 적절한 것이냐는 건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한진만 이사 또한 “이사로서 직접적으로 프로그램 가타부타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시 이사회에서 이승만 오보 건에 대한 야당 측 이사들의 주장에 대해 김승근 미디어내일 공동대표 겸 미디어평론가는 “KBS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이사들이 관리 책임, 반성은 없이 오보 낸 노조만 싸고 드는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노조의 전위부대임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김 비평가는 또한 “야당 이사들이 자꾸 보도 독립성 운운하는데, 보도독립성이란 게 허위보도를 마음대로 할 자유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며 “이번 이승만 오보 건과 관련해 KBS에 대한 신뢰 하락과 공신력 하락에 노조만 싸고도는 야당 이사들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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