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이달 중 '성완종 사태'를 계기로 기업후원금을 양성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정개특위 산하 정당·정치자금법 심사소위원회는 4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난 이후 회의를 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안 논의의 최대 쟁점은 기업후원금 양성화를 허용하느냐의 여부다.

기업가 출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에 진출한 후 여야 동료 의원들을 대상으로 '제3자 동원' 또는 '후원금 쪼개기' 방식을 동원해 전방위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번 기회에 후원금을 양성화하는 쪽으로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때마침 선관위도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이와 관련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관위 개정의견은 법인과 단체도 앞으로 연간 1억원 이내 범위에서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은 2004년 3월 이른바 '오세훈법'이라 불리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법인의 정치자금 후원을 전면 금지한 이후 10년 넘게 '개미'들의 소액 기부 외에 합법적인 후원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러자 '쪼개기 후원금', 출판기념회의 '눈먼 돈' 기부 등 부작용이 생기면서 개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다만 정경 유착의 폐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국민의 정치 불신으로 인해 정치권이 후원금을 더 받으려 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이 있을 수 있어 정치권으로서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밖에 의원들의 정치자금 모금 증액,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폐지 및 정당의 정치후원금 모금 부활 방안 등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당법 개정안 논의에선 지구당 부활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과거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 속에 폐지된 지구당을 차라리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이는 게 현실에 맞다는 양성화 논리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정당법 개정의견에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지구당을 폐지한 후 당원협의회를 도입했으나 현역의원과 비현역 정치인 간 정치적 형평성 문제, 당원협의회 사무소의 편법 운영에 따른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회계 투명성을 전제로 지구당 부활을 건의했다.

하지만 과거 '고비용 정치'의 진원지로 지구당에 대한 비판이 거셌고, 이로 인해 2004년 3월 정치개혁의 하나로 지구당을 통째로 없앴다는 점에서 여전히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여론의 눈치를 보는 기색이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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