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정우현 기자]  두 얼굴을 가진 시민단체 대표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는 대가로 수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자본 론스타를 감시하며 10여 년 동안 활동해온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장화식(52) 전 공동대표가 론스타로부터 7~8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후곤 부장검사)는 론스타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장 전 대표에 대해 이르면 오늘 중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검찰은 이에 앞서 3일 장 전 대표의 집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장 대표에게 뒷돈을 건넨 유회원(65) 론스타코리아 대표도 체포돼 조사받다가 전날 풀려났다.

장 전 대표는 유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에 탄원서를 내주는 대가로 뒷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장 대표가 먼저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론스타는 지난 2011년 장 대표에게 비판을 자제하는 조건으로 8억원을 전달했다. 이후 장 대표는 같은 해 9월 돌연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론스타코리아 유 대표는 론스타 펀드가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허위감자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장 전 대표가 돈을 받은 시기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가 국내 은행 등을 상대로 다시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외국 투기 자본의 ‘먹튀’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3억 원에 인수했다가 2012년 하나은행에 되팔면서 4조7000억 원의 매각 차익을 남기면서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장 전 대표는 당시 이른바 ‘론스타 먹튀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던 당사자로 오히려 론스타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관련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장 대표의 혐의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에 대해서도 8억원의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하고 있다.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전국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을 지낸 장 전 대표는 2005년부터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운영위원, 정책위원장 등을 맡아 활동해 왔다. 작년 1월에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전문가 출신 추진위원을 맡기도 하는 등 정치권으로도 발을 넓혀왔다.

한편, 투기자본센터는 성명을 발표하고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단체의 간부가 개인적 사유로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장 전 대표의 파면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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