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정우현 기자] 충청지역에 확산한 구제역이 수도권 방역망을 뚫었다. 경북 영천의 축산농가에서도 구제역 의심 돼지가 신고됐다. 충청지역을 사이에 두고 광범위하게 확산될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와관련 방역당국은 축산 대기업과 일부 개인 농가에서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3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은 충북 진천의 모 축산 대기업 계열 돼지 농장에서 시작됐다. 구제역 확진 판정 이후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률을 조사해 보니 최저가 16.7%에 불과했다. 충북지역 돼지의 평균 항체 형성률이 85%인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다.

그럼에도 이 농장은 구제역 발생 전 이미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단체인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기준원으로부터 인증까지 받았다. HACCP 인증은 안전한 농장이라는 의미다. 

이 대기업은 경기지역에도 직영·위탁 돼지농장 12곳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5곳은 항체 형성률이 30% 미만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대기업은 경기지역에 7곳을 운영 중인데 평균 항체 형성률이 겨우 16.1%로 나타났다. 

이들 대기업은 인건비와 육질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려 항체 형성률이 일반 농가보다 낮다고 방역당국은 설명했다. 

다행히 해당 대기업들의 경기지역 농장에서는 아직 구제역 의심 증상이 없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농장이 안성·이천·용인지역에 있고, 이천 농가에서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만큼 안심할 수 없다. 

비록 일부이지만 개인 농가 역시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지역 돼지 평균 항체 형성률은 44.8%로 낮은 편이다. 백신 미접종에 따른 올해 과태료 부과 건수가 90건에 달한다. 경북 97건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항체 형성률이 30% 미만인 농가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수도권에서 4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이천 돼지농장 역시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항체 형성률을 분석 중이다.

이 농장주는 충북 청주에서 돼지를 들여왔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농장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농장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청주 구제역 발생 농장과 역학 관계에 있는지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구제역 예방 백신은 어미돼지를 대상으로 분만 4주 전에 1차 접종하고 생후 8∼12주에 추가 접종한 뒤 항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2주 후 또다시 접종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정상적으로 접종하면 1차에서 60%, 2차에서 80%가량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구제역이 대량 확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돼지의 경우 지방층이 두껍고 많은 돼지에 일일이 접종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주사하지 못하거나 빠지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방역당국은 충북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인접한 안성, 평택, 이천, 용인, 여주 등 5개 시·군을 긴급 백신 접종지역으로 정했다. 

또 이천 구제역 발생에 따라 경기 광주시를 추가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축산 대기업이 방역 활동을 선도해야 하지만 일반 농가보다 못해 아쉽다"며 "일반 농가에 대한 백신 접종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농장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도살처분 보상금을 20∼80%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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