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방 속 시신' 할머니 살해 피의자 검거
'여행가방 속 시신' 할머니 살해 피의자 검거(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여행가방 속 시신' 할머니 살해 피의자 정형근씨가 29일 오후 검거돼 서울 중부경찰서에서 인천 남부경찰서로 압송돼고 있다.
서울 을지로 공원서 범행 9일만에 검거…범행 동기·도피 과정 등 조사 예정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의 피의자인 정형근(55)씨가 범행 9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전모(71·여)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가방 속에 넣어 길거리에 유기한 혐의로 정씨를 29일 검거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께 서울시 중구 을지로 5가 훈련원공원에서 노숙자 2명과 술을 마시고 있던 정씨를 붙잡았다. 

신원을 확인하는 경찰의 질문에 본인이 맞다고 답했으며, 검거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은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후 6시44분께 정씨가 이 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자신의 체크카드를 사용해 주류를 구입한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 서울 중부서에 공조 요청해 정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도피 이후 정씨의 첫 금융거래였다고 설명했다.  

같이 있던 노숙자들은 정씨와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정씨는 오후 8시 35분께 중부서를 출발, 오후 9시 30분께 남동서에 도착했다.

 

남동서에 도착한 정씨는 수배 전단에 나온 복장 그대로 노란 지퍼가 달린 검정 점퍼, 감색 카고바지를 입고 검정 신발을 신고 있었다. 

면도를 못했는지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했으며 취기로 얼굴은 붉은 상태였고 술 냄새도 났다. 

살해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했고 가방에 유기한 이유로는 "무서웠다"고 답했다. 

정씨는 도피 생활 대부분 서울에서 지냈으며 주로 걸어 다녔다고 말했다.

심경을 묻자 "죽을 죄를 지었다"며 사실상 범행을 인정했다.

정씨는 남동서로 압송되기 위해 중부서를 나서기 전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냥 죽여주십시오"라고 짧게 답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전씨를 왜 잔인하게 살해했는지 묻자 "기억이 안 난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검거 당시 정씨 소지품은 휴대전화, 지갑, 사용한 체크카드, 현금 200원 뿐이었다.

정씨는 지난 20일 오후 인천시내 자신의 집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전씨를 살해하고 다음날 여행용 가방 속에 시신을 넣어 빌라 주차장 담 아래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씨 시신에는 오른쪽 옆구리, 목 등 5군데를 흉기로 찔린 흔적이 있었고 머리는 둔기로 맞아 일부 함몰한 상태였다.  

경찰은 정씨의 상태를 보고 이날 오후 늦게 조사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30일 오전부터 본격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정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있어 오늘 밤 당장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며 "상태를 보고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를 살해한 동기와 경위, 도피 과정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경찰은 정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지난 24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다음날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수배 전단을 배포했다. 공개수사로 전환한지 나흘만에 검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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