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주민들이 시장으로 뛰쳐나오지 않았더라면, 300만 명이 아닌 700만이 굶어죽었을 것이다.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 죽었고, 시장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은 살 수 있었다. 북한의 지하경제, 암시장이 사람을 살렸다.”
 
[뉴스파인더 박남오 기자]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이 지난 19일 출범한 <북한지하경제연구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공감을 표시했다.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는 실질적 붕괴 상태에 직면해 굶어 죽는 사람과 목숨을 걸고 월경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도 개인이 주체가 된 교환은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사유적 의미를 가진 재산을 축적하는 사람도 나타나는 등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날 막을 올린 자유경제원의 「북한지하경제연구회」는 북한에서 암시장으로 취급받는 지하경제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시장경제이며, 여기서 북한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발표의 첫 번째 포문은 김흥광 대표(NK지식인연대)가 열었다. 컴퓨터 공학 교수 출신으로 10여 년 전 한국에 정착한 김흥광 대표는 북한 출신 교수, 기자, 작가, 의사 등 전문가들을 규합한 NK지식인연대를 결성해 현재까지 이끌어 오고 있는 대표적인 북한전문가이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의 자원배분의 매커니즘 대부분이 시장에 의존하고 됐다”며  “현재 북한은 비가역적인 시장화 초입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인 차원에서 생산한 물품뿐만이 아니라 공장기업소나 협동농장 등에서 생산된 물품도 시장에 나와 거래되고 있다“면서 “시장화가 북한 정권이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진전이 되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제를 북한 정권의 통제 하에 있는 공식 경제와 개인의 의사결정 권한이 영향력을 미치는 비공식 경제로 구분한 김 대표는 “20년 이어져 온 시장화 현상으로 인해 북한의 장마당 역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한 공간으로부터 더 질 좋은 생활용품 등이 거래되는 공간으로 승격, 원시적 자본을 축척한 기득권층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장마당 밖에 없다”며 “양적 변화가 늘면 질적 변화도 필연코 따라 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 북한당국이 시장화를 멈추어 세울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김 대표는 “물리적인 단속·통제 이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시장화는 지속적으로 진전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국가계획을 벗어난 생산에 대해서는 품목 결정, 생산량, 유통 등에 관한 의사결정은 주민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의 먹을 것을 비롯해 생계 문제를 해결해 줄 능력이 없게 된 북한 정권은 시장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하며 향후 시장의 확대로 인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필연적 붕괴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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