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웅 기자] 러시아를 찾은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한국의 국방장관에 해당)이 지난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인민군 서열에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다음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은 정권 뿐만 아니라 김정일 정권에서도 활동하던 인물이다. 

▲ 현영철이 생일축하를 위해 찾은 드미트리 야조프(Dmitry Yazov) 前소련군 원수(국방장관)의 현역 시절 모습. 공산주의 강경파로 유명하다. ⓒ조지 워싱턴大 안보 관련 아카이브.

황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8일 열린 드미트리 야조프 前소련 국방장관의 90세 생일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찾았다. 김정은이 야조프 前국방장관에게 보낸 선물을 지참한 상태였다. 

이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만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영철과 푸틴 대통령의 면담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의 ‘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측은 2014년 들어 나진-하싼 프로젝트와 알루미늄-마그네슘 매장지인 단천 지역에 러시아 자본이 들어가고, 북한 철도 현대화를 러시아 업체가 맡기로 하는 등 러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가 매우 긴밀해지는 징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로 들며, 북한이 러시아의 ‘그늘’로 들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아무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푸틴 대통령과 양국 정상회담을 논의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김정은 정권에 러시아에 호감을 갖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10일 김정은의 선전매체 노동신문은 ‘나토의 군사적 압박, 러시아의 군사적 협력 강화’라는 글에서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압박에 맞서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들과 합동훈련을 벌였다며 반서방 군사협력의 핵심 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생일 축하를 위해 찾은 야조프 前국방장관 또한 김정은 정권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야조프 前국방장관은 소련군 원수(元帥) 출신의 강경파 공산주의자로 1991년 고르바초프 前소련 서기장의 개혁개방에 반대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던 인물이다. 

야조프 前국방장관은 친북파로 1990년대 러시아와 북한 간의 친선행사에 빈번히 참석했으며, 2001년 8월에는 러시아를 찾은 김정일을 만나기도 했다고 한다. 김정일 또한 이런 야조프 前국방장관을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舊소련 출신 강경파 인사를 김정은 정권의 핵심인사가 직접 찾아온 것, 여기다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의 핵심인사를 직접 만나자 한국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까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서방 세계의 압박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 어떤 ‘패권전략’을 사용하려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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