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지’로 유명한 1938년 노밸문학상 수상자 펄벅은 대한민국을 지극히 사랑하였고 , 그 중에서도 한글을 누구보다 사랑한 인물이었다. 평소 그녀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글자이며 가장 훌륭한 글자이다’
 
‘단순하며 훌륭하다’는 이 평가는 간단한 두 개의 어절이지만, 이 문구가 내포한 의미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펄벅은 한글은 문자체계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기에 배우기 쉬우며, 그 문자의 활용이 우수하고 무궁하기에 훌륭하다고 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한글 예찬에 대한 가장 함축적인 표현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한글은 흔히들 창제에 관하여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집현전 학자들은 한글 창제 이후 한글 연구 및 서적 편찬 사업, 보급에 참여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한글 창제과정에서 최만리와 같이 반대를 했던 인물들도 상당수 있었다.
 
한글 창제는 세종대왕과 직계가족에 의해 이루어졌다. 둘째 따님인 정의공주를 시켜, 사가(私家)에서 훈민정음을 시험하게 하였다. 이에 대한 기록이 죽산 안씨 족보에 실려 있는데, ‘세종이 한글의 변음에 대한 문제를 풀 것을 여러 대군에게 하명했으나 풀지 못하였는데 그것을 정의공주가 풀어냈고 이에 세종이 극찬하여 노비 수백 명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또 집현전 학자인 성삼문도 ‘직해 동자습’의 서문에서 ‘한글을 만든 것이 세종과 문종이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적어도 세종은 직계가족 선에서 함께 한글을 창제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세종대왕께서는 혼자의 힘으로 발음구조를 본떠 자음을 만들고, 천지인(天地人) 3재(才)를 이용하여 모음을 만들어, 모두 28자를 완성하였던 것이다.
 
세계 역사상 어느 군주가 백성을 위하여 문자를 만들고, 육진을 개척하여 영토를 넓히는 한편, 해시계 측우기와 같은 과학기구를 만들었겠는가? 아마도 세종이 유일한 분이 아닌가싶다.
 
그리하여 오늘날 세계는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고,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예: 찌아찌아족)들은 한글을 자기네 언어를 표현하는 문자로 사용하고 있다. 세계 언어학자치고 한글을 예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시카고 대학의 메콜리(J. D. McCawley) 교수는 우리 나라의 한글날인 10월9일이면 매해 빠짐없이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글 사랑을 표현한다고 한다, 심지어 1995년 프랑스에서 열린 언어학회에서는 한국어를 세계 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출처: KBS1, 96.10.9).
 
그러나 이 소중하고 보배로운 우리의 국어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범람하는 외래어 사용도 그 중의 하나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물건이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새로운 언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언어의 창조성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발전한다. 따라서 외래어 사용에 대한 문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며, 오로지 분별 있는 사용을 권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비속어의 사용이다. 최근 우리의 한글은 수많은 욕설로 더럽혀지고 있다.
“미친○ ○랄한다” “하하하 존○웃겨”
서너 명의 청소년들이 모여 수다 떠는 내용이다. 듣기에도 험한 말이지만 이들에게 욕설은 이미 일상이 된 듯 보인다.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73.4%가 매일 욕설을 하는 것(남학생 77.6%, 여학생 68.9%)으로 밝혀졌다.
 
또한 ‘KBS 스페셜-10대, 욕에 중독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반 친구들에게 인기 있고 공부를 잘 하는 중3학생이 하루에 1백 번 이상 욕을 사용했다. 한 여고생은 45분 동안 무려 248번의 욕을 하는 사례가 방송됐다
 
언어의 한계는 곧 자기의 한계이다. 언어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인식이 부족하면, 그 사람의 사고와 표현도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의 질과 양을 보면, 그 삶의 질과 양을 함께 볼 수 있다. 톨스토이는 ‘인간의 도덕성은 그의 언어에 대한 태도 속에서 드러난다.’고 하였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욕설을 버리고 우리의 한글을 존중하고 사랑할 때, 우리 청소년들의 인격도 함께 그 격(格)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한글은 그 원래 이름 ‘훈민정음(訓民正音), 즉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 하였다. 2014년 한글날을 맞이하여, 다시한번 세종대왕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본다.
 
한글날에/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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