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마스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에 고무된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자본세(Capital Tax)을 도입하자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자본>에서 피케티의 주장은 과거 엠마뉴엘 사이즈(Emmanuel Saez)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담긴 내용과 비교해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 또한,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토니 스미스(Tony Smith), 래리 써머(Larry Summer) 등 미국의 수많은 정상급 경제학자들이 단체로 <21세기 자본>을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비판하는 대열에 가세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자본세에 대한 일부의 섣부른 판단을 향한 경고가 아닐까 한다. 필자는 영(Zero)의 자본세율이 최적 자본세라는 주장에 숨겨진 논리들 가운데 하나를 여기서 소개함으로써 섣부른 판단을 향한 경고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
 
간단히 말해, 자본세란 이자(interest), 배당(dividends), 그리고 자본소득(capital gains)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물론, 올리버 홈스(Oliver Wendell Holmes) 판사의 말처럼 우리는 문명을 향유하는 대가로 우리는 세금을 낸다. 그 밖에 다양한 논리들이 세금납부의 정당성을 항변한다. 그런데 자본세의 문제는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동시에 자본세는 미래 소비에 매겨지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며 우리의 경제적 선택을 왜곡한다. 이러한 주장에 담긴 논리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본소득이란 현재 소비의 일부를 희생해 저축을 함으로써 획득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 생애주기(life-cycle)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 흔히 Intertemporal Optimization이라 한다 - 소비와 저축을 통해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자 노력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올해와 내년 부가세율이 10%로 동일하며, 명목 이자율이 10%라고 가정하자. 자본세가 없는 경우, 당신이 지닌 100만원을 오늘 소비한다면, 부가세 부담을 뺀 90만원 가치의 소비를 향유할 수 있다.
 
반면, 만약 100만원을 저축한다면, 이자소득까지 더해 당신은 110만원에, 부가세 부담을 뺀 110만원x(1-0.1)=99만원 가치의 소비를 즐길 수 있다. 이제 Piketty 진영의 주장과 비슷하게 자본세 50%를 적용하자. 만약 당신이 내년의 소비를 위해 100만원을 저축한다면, 110만원x(1-0.05) = 104.5만원을, 다시 부가세 부담까지 감안하면 104.5만원x(1-0.1)=94.05만원 상당의 소비만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올해는 부가세율 10%, 반면 내년에는 부가세율 14.5%라는 명제와 동치다. 왜냐하면, 110만원x(1-VAT)=94.05만원에서 VAT=0.145 (14.5%)를 얻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부가세율이 4.5%p 오른 것이다! 올해 4월 일본이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린 결과, 올해 1분기 대비 소비지출이 약 5% 하락했다는 분석을 상기하면, 세금이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필자는 자본세 그 자체를 없애라고 주장하고 싶지 않다 - 연금저축의 경우 비과세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낮은 자본세율은 부작용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노동소득을 자본소득으로 둔갑시켜 마땅히 납부해야 할 세금을 회피하려는 유인을 - 종종 Relabelling Income이라 한다 - 낮은 자본세율이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자본세 주장에는 그 밖에도 강력한 논리들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부응해 실제 OECD 국가들은 1980년대 이래로 자본세율을 내려왔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아직 경제학 교재에 실리지도 않은, 아직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설을 토대로 부화뇌동해 전체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세금정책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신중해야 한다.

이동광|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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