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의 남한 방문은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주었던 동선(動線)과는 거리가 먼, 어떤 파격(破格)이 보인다. 북한은 누가 뭐래도 자기네 스타일, 통일전략의 일관성을 고집해 온 집단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세 인물의 방문을 두고 분석 해석하고 있으나, 방문 목적은 당연히 체제와 최고 존엄 유일신(唯一神)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이 세 인물들이 체제와 존엄에 관한 그것 혹은 그 이상이 아니면 움직일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천아시안 게임에서 북한 선수단이 보여준 활약은 분명히 김정은 체제의 확고한 정립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 주어져야 할 것이지만, 세 명의 방문 이유에 적합한 답에 해당되지 않는다. 분에 넘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김정은 건강설을 불식시키고, 체제의 안정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다는 목적 또한 세 명의 방문 이유에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김정은 건강설은 김정은이 TV에 한번 등장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현지 지도 화면에 한번만 나오면 되는 것을, 북한 2, 3인자까지 동원될 까닭이 없다.
 
필자(筆者)가 주목한 것은, 경호원들이다. 경호원들이란 당연히 해당 인물의 보호에 있겠지만, 보호란 감시의 기능을 수반한다고 볼 때, 황병서 경호에 동원된 경호원들은 상식 밖이다. 경호원들이 모두 호위총국 소속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 서열 2위이며, 북한군 제1인자인 황병서의 경호는 인민무력부에서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호위총국이라? 그렇다면, 황병서 역시 호위총국의 감시 관할 하에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면, 황병서가 호위총국을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호위총국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김정은 경호를 책임지는 직할부대이며, 김정은만이 부릴 수 있는 집단이다.
 
그리고 김정은의 친서(親書) 없는 방한은 더욱 의문을 증폭시킨다. 소위 2인자가 오면서, 김정은 친서도 없이 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이 고위급회담을 논한다는 것은, 김정은의 리더십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필자는 깅경희를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가 아니면, 서열 2, 3위의 세 인물을 거느릴 사람이 없다. 더구나 장성택과 염문설이 있는 북한 탁구 영웅 리분희의 교통사고. 북한의 교통사고는 암살을 의미한다. 김경희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므로 김정은 부재와 북한 수뇌부의 방문은 김정은 부재가 아니라, 김정은 리더십의 부재로 인식해야 한다. 황병서의 액션에 내부문제를 감추려는 의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화보다는 변혁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우리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변혁이든 변화든 우리는 평화통일의 대원칙을 유지하면 된다. 김정은이 심각한 상항에 이르렀다고 해서 좋아할 이유도 없다.
 
다만, 앞으로는 대화를 내세우고 뒤로는 온갖 거짓과 협잡, 음모를 통해 적화통일을 꿈꾸는,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변함없는 북한 통일노선에 대해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 변함없는 우리의 각오와 다짐이 필요할 뿐이다.
 
정재학 자유논객연합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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