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 의원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대설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친박 후보를 당 대표로 내세우기에는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다. 당내 최대 화두가 ‘쇄신’이 되고 있는 마당에 전대가 계파다툼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립을 지키면서도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가운데 친박 의원 중 일부가 홍 의원을 거론하고 있다. 김영선 서병수 허태열 의원 등 중진그룹에서 호감을 보인다고 한다.

 

양측의 연대설을 뒷받침할만한 정황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홍 의원과 모 친박 중진 의원이 만나 전대를 화두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단독 회동한 지난 3일에는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의원이 홍 의원을 찾아왔다.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묘한 시기에 이루어진 만남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홍 의원 본인도 친박계와 공감대를 쌓는데 적극적이다. 우선 당 비상대책위가 최근 내놓은 변경된 경선룰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비대위는 선거인단을 1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늘리는 대신 여론조사를 제외하고 1인2표제를 1인1표제로 바꾼 안을 제시했다.

 

선거인단 숫자만 늘어났지 조직투표는 여전히 가능한데다 여론조사마저 배제돼 사실상 친이명박계에 유리한 안이었다. 친박계에선 이 안이 적용될 경우 자칫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당장 홍 의원도 “반개혁적”이라며 친박에 힘을 보탰다. 그는 “결국 친이 측에서 국민 여론은 묵살하고 그들의 마지막 남은 카드인 ‘조직’으로 외다리 진검승부를 건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이 이처럼 친이를 정면 겨냥한 것은 박 전 대표의 의중과도 무관치 않다. 친박 일부에서 홍 의원에 ‘구원요청’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 전 대표와 홍 의원이 제대로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전 대표는 당 대표였고, 홍 의원은 혁신위원장이었다.

 

대선에 나설 후보자는 대선 1년6개월 전까지 선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을 홍 의원이 만들었고 최고위에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에게 다소 불리한 안임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였다. 개혁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받아들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계기로 2007년 대선에 접어들면서는 박 전 대표가 홍 의원을 찾아가 선대본부장 자리를 제의했다. 당시 홍 의원은 심정적으로 박 전 대표를 응원했다는 후문이지만, 형님, 동생하는 이 대통령과의 의리 때문에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홍 의원이 친박계의 호감을 산 것은 지난 18대 총선 이후 무소속 친박 의원들의 한나라당 재입당 때부터다. 당내에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원내대표였던 홍 의원은 이들의 복당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정운찬 전 총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에도 홍 의원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친이계에선 정 전 총리를 ‘박근혜 대항마’로 부상시켜려는 시도를 했다. 대선후보로 띄우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홍준표라는 벽에 부딪혔다. 홍 의원은 항상 전면에서 정 전 총리를 비판하며 끌어내렸다. 자의든 타의든 친박으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지난 4.27재보궐선거 때다. 친이계에서 정 전 총리를 영입해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시키려 했다. 정 전 총리가 출마해 당선된다면 당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고위원이던 홍 의원은 “급진 좌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정 전 총리를 한나라당에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고, 결국 관철시켰다.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이슈나 현안에 있어선 일선에서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홍 의원의 장점이라고 얘기하는 친박 의원도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새 대표는 투사여야 한다”고 했다. 향후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때 유력 대선후보를 보호하고 야당 공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역할이 당 지도부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김무성 남경필 의원 등 당권 경쟁후보보다는 홍 의원이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검찰 출신이어서 사건에 대한 이해가 밝고 오랜 기간 당의 저격수 역할을 하는 등 경험이 많다는 이유다.

 

일각에선 “홍 의원은 컨트롤이 힘들다”며 우려하는 목소리와 “중심을 잡고 중립만 지켜도 해 볼만 하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친박 내부에선 차기 당 대표로 누굴 지지할 것인지 중지를 모은 상태는 아니지만 박 전 대표의 ‘선택의 시간’도 그리 오래 남진 않았다.

 

지난 대선 경선의 패배 이유 중 하나가 ‘조기에 당 조직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듯 이번에는 전대부터 발 빠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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