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6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통해 4선의 황우여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은 이주영 의원이 차지했다.

 

소장.중립그룹과 친박근혜계 등 비주류를 중심으로 한 ‘주류 퇴진론’이 ‘무한 책임론’으로 맞선 안경률 이병석 의원의 조직을 뭉갠 것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는 홍준표 최고위원의 말도 이제는 흘러간 과거의 얘기가 됐다.

 

황 신임 원내대표의 경우 지역구가 수도권인데다 중립성향이다. 전체 172명 의원 중 친이계가 100명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 속에서 그의 당선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우선은 4.27재보선 참패 이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당내 위기감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지도부와 주요 당직을 친이계가 싹쓸이 해왔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도 상당 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실패한 친이 지도부로는 다음 총선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황 원내대표는 “계파가 깨졌다”고 했다. 그는 “그러기에 혁명적 여건으로 자유로이 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이 분위기를 확대해 화합의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주류인 황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앞으로 한나라당의 정책기조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감세정책 등 청와대와 정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방식이 배제되고 당.정.청 관계에 있어서도 당이 가장 중심이 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 전반적으로도 파벌에 의한 투표가 아닌, 이번만큼은 소신에 의한 투표로 비주류 원내대표가 결정된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의총 뒤 기자와 만나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사실상 친이계의 해체를 의미한다”며 “이제는 계파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치시대는 갔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중립성향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당을 화합시킬 때”라고도 했다.

 

한 친이 재선 의원은 “안경률 이병석 의원이 단일화하지 못한데 패배의 원인이 있다”면서도 “지금 당의 상황 상 또 다시 주류인사가 원내지도부로 올라서는 것도 밖에서 봤을 때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위기에서 조금 벗어났다 싶으면 다시 뒤바뀌고 하는 상황을 연출해서는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더 이상은 친박 친이 계파로 나눠서 하는 정치는 배제되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친이든 친박이든 또 다시 계파를 내세워 주도권 싸움을 하다가는 총선이고 대선이고 다 물 건너 간다”며 계파해체를 주장했다.

 

한편 친이 주류의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힘도 많이 상쇄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세’ ‘2인자’ 등으로 불렸던 이 장관은 재보선 과정에서 두 차례의 친이계 모임을 소집하며 친이 주류의 역할론을 강조해왔지만, 그 주장이 틀렸다는 게 투표 결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장관이 다음 전당대회에 앞서 당에 복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는데, 그의 당 복귀 명분도 줄어들게 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귀국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힌 만큼 친박 친이 의원들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설정해 나갈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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