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재보선에 참패한 한나라당이 당 쇄신 논의를 진행하면서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을 두고 설왕설래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 결과로 드러난 반여권 정서가 내년 총선에까지 이어질 것이 우려되면서다.

 

2004년 총선 때 그랬듯 당의 구원투수로 박 전 대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역할 범위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총선 전 일찌감치 대선 경선을 치러 분위기를 띄우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대선 출마자는 대선 1년6개월 전까지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당헌.당규상의 규정을 수정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벌어지고 있다.

 

두 가지 안의 공통점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대선주자들을 당 전면에 내세워 위기를 극복해 보자는 것인데,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를 바라보는 의원들의 시각도 다양하다. 국면전환용 이벤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있어선 의견이 엇갈리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조기 대선 이벤트로 총선 돌파?

 

우선 조기 대선 경선론은 김용태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2일 국회에서 ‘끝장 토론’ 형식으로 열리고 있는 의원연찬회에서 “총선 전에 대권후보 선출을 위한 프라이머리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 다음에 자기희생이다. 전략지역을 명쾌히 해서 후보 지지도가 낮은 사람은 자동 탈락시켜서 후보자를 좋은 분으로 선출하자”고 했다. 대선 분위기를 미리 띄워 어려운 총선국면을 극복해 보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조전혁 의원은 “100% 지지한다”고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 희망이 없기 때문에 국민이 주목하는 조기 대선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국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인터넷 투표까지도 검토하는 등 조기대선을 위한 여러 가지 검토를 해야 된다”고 했다.

 

신지호 의원도 “우리가 고민해봐야 될 방향인 것 같다. 이 투표가 미래전망 투표가 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경선 방법론에 대한 고민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반면 김성식 의원은 ‘총선 모면용’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를 당대표로 하거나 조기 대선·경선을 가시화하는 문제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과연 그 움직임을 국민들께서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유력한 대선주자를 끌어들여서 총선판을 모면해보려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친이 중심의 구계파가 문제를 야기 했다 해서 친박 중심의 신계파로 권력의 중심을 옮긴다는 자체가 문제해결의 단초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유력한 주자일수록 당의 계파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놔두는 것이 그 유력주자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기에 대선후보를 확정하게 될 경우 자칫 대선 전 낙마할 수 있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권주자가 차기 당 대표, 가능할까

 

조기 대선 경선과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게 당헌.당규 상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손보는 것이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당직에서 대선 1년6개월 전 사퇴해야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

 

당초 정몽준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를 시도한데 이어 연찬회 안팎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찬반이 팽팽하고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방향으로의 대안책도 제시됐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연찬회가 시작되기에 앞서 “한나라당의 혼란은 주류가 없고 중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다시 한 번 당헌.당규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홍준표 최고위원이 당장 제동을 걸었다. 홍 최고위원은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 혁신위원장을 맡으면서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장본인이다.

 

그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이유는 공정한 경선을 위해서”라며 “당권과 대권이 일치되면 내년 총선 지나고 대선으로 가면 국민 피로도가 높아져 절대 성공구도로 갈 수 없다. 조급함에서 비롯된 ‘함재비(함진아비) 정치’에 불과하다”고 정 전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현재는 당 대표 뿐만이 아니라 최고위원까지 총 7명이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갈 수 없다. 어느 의원이든 선출직 당직을 맡았는데 그분이 후보가 돼야 좋다고 국민이 결정했을 때 당 내부 규정 때문에 못하면 그런 모순이 어디 있느냐”며 반론에 나섰다.

 

정 전 대표는 “(홍 의원의 주장은) ‘여당은 계속 여당한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면서 “당 대표가 불공정 경선을 한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으로서는 당 대표가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부담이 더 클 수 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반대 의견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이한구 의원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먼저 서병수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나서면 당청관계에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고, 대선주자가 나서기 보다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면서 “박 전 대표는 당헌.당규를 고치면서까지 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유럽 순방중인 박 전 대표를 수행 중인 이정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당헌.당규를 만들고 직접 실천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박 전 대표를 다시 대표로 만들자고 그 규정을 고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개혁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한구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비상상황이다. 박 전 대표라는 정치적 자산을 활용해야 하고 어떻게든 추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상시국인데 당을 구하려고 하면 당헌당규는 개정하거나 절충안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성헌 의원은 “국민쇄신위원회를 구성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해야 한다. 그 속에서 당권대권 분리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유보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권 의원은 대표와 최고위원의 분리를 제안하며 “당의 중진과 간판이 당 대표를 맡고, 소장파를 지도부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종혁 의원도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부에서는 대권주자의 당직사퇴 시기를 대선 전 1년6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줄이는 안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총선과 대선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당헌당규 개정 논의에 불이 붙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개정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최고위원은 “비상대책위가 꾸려지면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해 조기 대선 이벤트 같은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찬회에선 이미 사퇴키로 한 안상수 대표 및 최고위원들을 제외한 원희룡 사무총장 이하 당직자들은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직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뉴스파인더 문소영 기자 sysmoon2k@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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