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돌출된 '국정원 대선개입'이란 어마어마한 사건의 내막이 벗겨졌다. 법원은 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어 기소된 원세훈 前 국정원장에게 국가정보원법 위반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개입은 애초에 없었던 일로 불순 세력들에 의한 조작극임은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이고, 국정원법상 정치개입은 직원들의 통상적인 인터넷 활동과, 그 내용이 우리 정부를 옹호하고 북한과 북한의 동조세력에 대한 비판이었다면 이를 정치개입으로 본 판결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런 시각이라면 국정원이 하는 일 치고 정치개입이 아닌 일이 무었이 있겠느냐고 되묻고 싶다. 가령 국정원에서 간첩을 잡으면 야당에 불리하다는 식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왜 야당에 불리한지에 대한 성찰이 우선일 듯싶다. 정(正)과 사(邪)가 전도된 것이다. 
   
  덧붙이고 싶은 점은 다른 어떤 비판이 있더라도 국정원은 대한민국 정부 기관으로서 마땅히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협조를 해야 하고 불순한 세력들의 활동에 비판을 해야 함은 물론 이를 적극적으로 억지해야 하는 게 임무 중 하나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쯤 해 두고 논란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자. 이 사건과 관련있는 김용판 前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수사 은폐 혐의에 대해서도 이미 1심과 2심에서 거듭 무죄를 선고했고, 이번에 본 사건의 쟁점이었던 선거개입 자체도 무혐의로 판결났다. 이제 이 사건을 만들어 내고 키워 국기문란과 국민불신을 몰고 온 장본인들에 대한 응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 윤석열 수사팀장,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적어도 이들 세 사람은 사법적 판단에 올려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논란의 본질이 될 것이다. 
   
  그들의 주장이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고 그들의 허위주장으로 국기문란, 불신조장은 물론 바른 판단을 지시했던 서울지검장이 억울하게 물러나고, 공정수사를 위해 노력한 서울경찰청장은 기소되어 외롭고 지리한 법정 싸움에 많은 시간과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원세훈 국정원장도 일부 유죄를 받긴 해도 과잉 수사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이렇게 국기를 문란케 하고, 국민불신을 조장함은 물론 무고한 공직자들의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하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채동욱 등 세 사람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논란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다. 피의자는 원세훈과 김용판이 아니라 채동욱, 윤석열, 권은희 이 세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이번 판결 자체가 논란거리가 아니라 이들 세 사람이 왜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느냐가 논란의 본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갑제닷컴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