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의견 거절로 퇴출 위기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26일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씨모텍의 대표이사 김 모씨(48)는 이날 오후 8시25분께 경기 과천시 길에 세워 둔 차량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씨모텍이 지난 24일 신영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지 이틀 만의 일로, 무리한 M&A와 자금부담이 그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11월 상장한 씨모텍은 노트북으로 무선인터텟을 사용할 때 쓰이는 데이터모뎀을 제조하는 업체다.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11월 자신이 소유한 인수합병(M&A) 전문기업 ‘나무이쿼티’를 통해 30억 원 규모의 씨모텍을 인수한 이후 44억원의 영업이익과 1천306억원이라는 매출액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난해 바이오업체인 제이콤을 200억 원 이상 투입해 무리한 인수를 진행했으며, 씨모텍 인수 당시부터 일부 사채자금을 조달해 지속적인 자금압박을 겪고 있었다.

 

지난해 1월 코리아모바일인터넷(KMI) 사업에 의한 기대감 폭발로 1,200만주의 유상증자에 100% 성공한 씨모텍은 잠시 회복세를 유지하는 듯 했으나 자금 조달 두 달여 만에 회계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문제는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회사 돈이 사용된 경로다. 지난 24일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한 신영회계법인은 “회사의 내부통제절차의 중요한 취약점으로 인해 중요한 자금거래의 실질과 적정성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자산의 평가, 권리, 손상가능성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씨모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정지한 상태다.

 

경찰은 김 대표가 잇따른 경영 악화와 자금압박, 코스닥시장에서의 퇴출 불안 등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해당 사건을 수사할 예정이다. 자살당시 발견된 유서에는 아내에게 “자식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으로 7~8줄이 적혀 있었으며, 가족들에게 알아본 결과 본인이 쓴 것이 맞는 것으로 확인돼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하지 않았다.

 

한편, 이로 인해 12월 결산법인의 ‘3월 퇴출 공포’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 18곳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코스닥 기업은 9개(중복 1개사)다. 만약 이달 말까지 사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유예기간을 거쳐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형식적으로 상장폐지 우려가 있는 곳은 26개사이지만 사업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까지는 시간이 있다”며 “이의 신청 등을 통해 일부 회사들은 상장폐지가 안 될 수 있으므로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파인더 김명진 기자 yoonk@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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