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 등 각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25일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했다. 재산공개 제도는 김영삼 정부 시절 공무원 재임기간 중 부당하게 재산을 증식하지 말고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부당한 재산증식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 대부분도 누구 재산이 가장 많은지, 누구 재산이 가장 많이 늘었는지, 누가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는지 등 가십거리만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낀다. 일반적으로는 “공무원 연봉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재산공개를 하고나면 씁쓸한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010년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점 만점 중 5.4점으로 조사대상 178개국 가운데 39위였다. 이는 2008년보다 0.2점, 2009년 대비 0.1점 떨어진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6.97)보다 1.5점이나 낮은 수치다. 공동 1위인 뉴질랜드, 덴마크, 싱가포르는 9.3점을 얻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사회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해마다 부패척결을 위한 조사와 처벌의 강화를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수사기관은 구조상 고위공직자들을 함부로 수사하지 못한다. 정부에 자체 감사기관이 있지만 제대로 된 수사나 처벌권한이 없으니 무용지물일 때가 부지기수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수사권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힘 있는 고위공직자일수록 부패행위에 대한 도덕적 관념이 해이해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반면 청렴도가 높은 국가의 공통점은 바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재산증식이나 부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가혹한 처벌을 법으로 정해놓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부정사건 수사국인 SFO를 운영한다. SFO는 부정한 정치 자금이나 부패사건, 규모가 큰 사기사건 등을 전담하는 반부패기관으로 정부와 법무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따라서 눈치 보기 수사가 없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한 예로 지난 2004년 지방 시찰 중이던 헬렌 클라크 당시 총리가 바쁜 일정에 쫓겨 과속을 했는데,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직까지 ‘태형’이라는 무시무시한 형벌이 가해지는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법 집행이 가장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는 부패조사국인 탐오조사국(CPIB)을 운영하면서 싱가포르의 모든 부패사범을 처벌한다. 주로 공직자를 조사하는 탐오조사국은 민간부문까지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은행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은 기본이고, 혐의가 의심될 경우 영장 없이 체포도 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고위공직자들의 연봉액이 수 억 원에 달하는데, 재산을 부정하게 취득할 경우 전액 몰수는 물론 패가망신할 정도의 처벌이 기다린다. 자연스레 반부패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나라들의 법적 제도가 우리나라의 시각에선 아직까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법과 원칙이 바로서야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비로소 청렴도 1위 국가가 가능해지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불법을 저질렀을 때 가중 처벌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의 대책이 우리 국민들 정서에는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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