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훈영 기자 firewinezero@gmail.com] 공영방송 KBS의 각종 프로그램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KBS 심의실의 황우섭 심의실장을 공격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주로 PD저널,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등 친언론노조 성향의 매체들로, 황 실장이 심의를 통해 공정성 등을 위반한 KBS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적극 제기하면서 KBS 기자와 PD들의 입맛대로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자 언론비판을 통해 지원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황 실장이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으로 방송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심의실의 방송법 위반 지적을 무시한 채 기자와 PD들이 입맛대로 편파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방송법 위에 언론노조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PD저널’은 지난 30일 <KBS심의실, 데스크 위에 데스크?>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황우섭 심의실장을 공격하는 성격의 비판 기사를 내놨다.
 
해당 기사는 “KBS 심의실이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에 대한 표적심의 논란에 이어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 <열린 채널>에까지 과도한 심의를 벌여 내부 구성원의 원성을 사고 있다”며 “심의실이 ‘데스크 위에 데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 편, <열린 채널> 등 방송법 위반 지적한 황 실장
 
중국 화교 출신을 속이고 탈북자 신분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던 유우성씨가 간첩 활동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을 다룬 <추적60분>은 방송이 지나친 편파방송이라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랐고,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이 방송이 유모씨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해 방송심의규정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수사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중징계가 확실시 되고 있다.
 
방송 전 황우섭 심의실장은 이 방송이 △피의자를 무조건 옹호할 수 있는 친척 등의 인터뷰가 지나치게 많아 편향적임 △국정원 저격수로 활약 중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정치적 편향성 △황필규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라는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삭제되기 전 방송에는 해당 사건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이석기 사태에 대한 클로징까지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위 위원조차 “국정원의 부실 수사만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방송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PD저널’은 지난 달 4일 방송된 <열린 채널>의 심의 문제도 거론했다. 해당 방송은 시청자가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리산댐 건설에 대한 환경파괴 문제를 제기한 ‘지리산의 눈물’을 방송했다. 요지는 댐이 건설될 경우 국립공원인 지리산과 주변 지역의 환경 파괴가 있을 수 있고, 국가 명승지 지정을 앞둔 용유담이 수몰된다는 것. 이에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불교단체 등에서 댐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황우섭 실장은 해당 프로그램이 댐 건설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담은 사실을 사전심의에서 지적했다. 하지만 담당 PD는 아무런 수정이나 보충 내용을 담지 않은 채 심의실의 지적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방송을 했고, 심의실은 담당 PD를 심의지적평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심의지적평정위원회란 프로그램의 심의지적 사항이나 방송 사고에 대해 심의 의결하는 회의체로, 연출자가 한 해 동안 3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인사위원회에 회부된다.
 
<열린 채널>의 설상환 PD는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열린 채널> 운영위원회 운영규칙에 보면 모든 권한은 운영위원회에서 지도록 하고 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운영위원회에서 제출자에게 고쳐달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그런데 지금 심의실은 <열린 채널>에 대한 몰이해로 과도한 심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에 따르면 시청자가 직접 제작하는 참여프로그램의 제작기준을 정한 제12조에는 “참여프로그램은 방송법 제5조(방송의 공적 책임)와 제6조(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정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준수하여 제작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또한 제24조(보칙)에서도 “이 지침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은 방송법, 방송법시행령, 방송법 시행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약하면 <열린 채널> ‘지리산의 눈물’ 역시 별도의 운영 지침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위 개념인 방송법 및 방송심의규정에 따라 공정성과 균형성을 갖추어 제작돼야 하는 것이다. 또한 KBS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운영지침에 시청자제작프로그램에 대한 사전심의금지 조항이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제작 프로그램 역시 심의실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에 해당된다.

 “방송법보다 제작 자율성이 우선이라는 식의 주장 공영방송 언론인으로서 무책임”
 
이 밖에도 PD저널은 KBS 지난 방송 몇 건의 사례를 들어 “심의실의 ‘검열’ 논란은 KBS 자체 제작 프로그램 심의 과정에서도 빈번했다”면서 “이 같은 심의실의 심의에 대해 내부에서는 심의 남발로 제작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 한 관계자는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법에 근거한 프로그램조차 심의실이 지적하며 나서는 등 또 다른 데스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문제”라며 “<추적 60분> 건도 그렇고 심의실이 일종의 권력을 휘두르듯 심의를 남발하며 제작 자율성에 심각한 침해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우섭 심의실장이 심의를 남발하여 제작 자율성이 훼손되고 사실상 데스크 역할이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유언론인협회 박한명 사무총장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이 공정성 위반 등 방송법을 위반했는데도 심의실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방송법 개념조차 모르는 주장이다. 방송법보다 제작 자율성이 만능이라는 식의 인식은 기본적인 법의식조차 없는 주장이자 독선”이라며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방송은 황우섭 심의실장이 우편향 심의를 했기 때문이 아니다. 방송을 우편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게 아니라 방송이 좌편향으로 제작 방송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좌우균형, 양측 주장을 다 다뤄야 한다는 게 어떻게 검열이고 심의 남발인가? 그걸 하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방송법도 무시하고 공영방송 언론인이라는 기본인식도 없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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