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관련한 72의 법칙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원금이 두 배 되는데 걸리는 시간과 금리의 관계를 숫자로 계산하기 좋게 만든 공식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연 12%라면 원금이 두 배가 될 때까지 6년이 걸린다.(12×6=72). 지금처럼 초저금리가 되어 금리가 연 2% 수준이라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36년이다.

그뿐 아니다. 목돈을 가지고 금리를 받아 생활하는 입장에서도 저금리는 고통이다. 1억원의 자금이 금리가 12%일 때는 연 1200만원의 이자를 제공한다. 하지만 금리가 2%이면 연 이자소득은 200만원에 불과하다. 2% 금리로 1200만원의 이자소득을 만들려면 6억원이 필요하다. 12% 금리 하에서 1억원의 수익창출력과 2% 금리 하에서 6억원의 수익창출력이 비슷한 것이다. 이처럼 저금리는 핵폭탄 수준의 재앙에 가깝다. 우선 원금이 여간해서 불어나지를 않기 때문에 목돈을 만들기가 어렵고 이와 동시에 목돈의 이자수익 창출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저금리 구조의 도래가 급격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역시 인구구조가 한몫을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인구구조의 노령화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더구나 우리의 산업구조도 문제이다. 수출이 중요한 우리 산업 구조에 있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야말로 쥐약(?)이 되어 버렸다. 미국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중국도 부진하고 유럽은 아직도 멀었다. 일본이 치고 올라오면서 오히려 우리에게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사면초가 상황이다. 내수위주로 당장 바꾸기는 어렵다. 인구구조와 산업구조를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당분간은 현행 구조를 유지시켜야 한다. 뾰족한 수를 찾기는 힘들다. 물론 창조경제를 통한 돌파구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상당 부분 걸릴 것이다. 원래 보약을 먹으면 효과는 당장 나오기가 힘들다.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개인과 금융기관 모두 저금리 저수익 상황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고수익 기대는 금물이다. '한방' '몰빵' 같은 단어는 잊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포트폴리오의 다변화가 중요하다. '확실'하고 '화끈'한 대상에 대한 기대를 접으면서 골고루 분산시켜야 한다. 부동산 신화의 종언을 인정하고 투자대상을 다양화 시키되 여태까지는 신경을 덜 쓰던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대체투자에 신경을 써야한다. 주식과 채권 이외에 다양한 대상을 전제로 한 이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외투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 신흥국들에서는 고수익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환위험을 고려하더라고 매력적인 금리가 존재하는 국가들도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복합상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예금이나 채권의 속성과 주식 혹은 위험자산의 속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지수연동 예금이나 채권 등 위험을 일부 감수하면서도 위험관리 기능이 내재된 상품은 긴요한 투자대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대부분 포기하고 저금리에 몸을 맡기는 것이 낫다. 섣부른 투자를 통해 원금이 훼손되는 경우 만회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간접투자가 중요하다. 직접 해결하려 들다가 큰일이 나는 수가 많다. 전문가의 식견과 상품의 구조에 많은 것을 맡겨야 한다.

대체투자 해외투자 간접투자 복합투자 그리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위험관리 기능의 중시 라는 중요한 개념과 원칙으로 무장하되 '큰 것 한방은 없다'는 겸손함이 곁들여져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옷을 껴입고 체온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얇은 옷을 입고 뛰면 땀이 나서 견딜 수 있다 해도 무한히 뛸 수만은 없는 것이다.

떨어지는 기온에 잘 적응하여 버티듯 모든 투자자들이 저금리 저수익 시대에 잘 적응하여 지혜로운 투자의 장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데일리〉 '여의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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