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연일 언론과 정치권에 두들겨 맞고 있다. 김정일 사망때부터 불거져 나온 ‘대북정보력’ 신뢰 문제다. 리영호 전격 숙청과 김정은 원수 칭호, 공식석상에 대동한 여인 등 뉴스가 터져 나오고, 이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력 부재를 탓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정원의 정보력은 그리 얕지 않다. 우리가 첩보영화에서나 보던 수준의 정보력을 요구하고 있을 뿐. 물론 과거 국정원의 대북정보력이 지금보다 훨씬 대단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2008년 김정일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뇌 사진을 긴급 입수해 당시 5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다는 정보를 내놓았던 곳이 바로 국정원이다. 드러내지 않고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라고 봤을 때 실제로 그들의 정보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물론 노무현 정권 때는 하나의 안보의식도 없이 기밀문건을 공개하며 우리의 정보력을 노출시켜 궁극적으로는 정보통 및 요원들의 약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실 국정원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과거 10년간의 좌파정권이 무너뜨린 휴민트, 사적(私的)화 됐던 정보력과 인력 감축 및 조직의 잦은 개편 등 악재의 틈바구니 속에서 악전고투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4월 1일 국정원 직업들은 재택근무를 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구조조정을 이유로 무려 581명의 책상이 없어졌다. 이른바 ‘국정원 학살’, 또는 ‘피의 숙청’이라고도 부른다.

 

‘국가정보원을 사랑하는 모임’의 대표인 송영인은 당시 숙청된 직원들의 기준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첫 번째 대상은 김대중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둘째는 이회창을 지지한 사람, 셋째는 한나라당의 고위당직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 순이었다.

 

이들이 쫓겨나고 그 빈자리는 민변출신 변호사 및 호남출신 좌경화 인사들이 무시험 특채로 국정원에 쏟아져 들어갔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북정보력의 노하우는 이때 대부분 제거된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울러 좌파정권에서 북한에 깔아준 광케이블이, 무선 감청의 길까지 막아놨다. 언론과 정치권은 국정원을 탓하기 전에 정부가 이들에게 뭘 해줬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한 내부변화를 하나하나 파악하지 못했다고 국정원을 비난하며 무용론을 펼치기 전에 지금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정말 시급한 게 무엇인지 따져보고 중장기적인 휴민트 체계 구축 등에 묵묵히 응원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인터넷을 통해 우리의 실상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데 우린 국정원의 정보라인을 다 까발리고 대북정보력이 어느 정도인지 해부해 보자고 하고 있으니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닌가. 좌파정권이 망쳐놓은 대북 정보망을 재가동 시키고 이를 지키는 데 힘써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무능하지 않음을 증명해보여야 하는 이 상황은 코미디다.

 

정치권에서 국가최고정보기관에 이래라 저래라 폄훼하고 평가하고 있는 판에 ‘맞다’, ‘아니다’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은밀하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겠는가.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국정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을 흔들고, 이들에 동조한 언론플레이까지 이어진다. 이는 너무나 위험하다. 북한을 웃게 만드는 일이다. 인터넷에서 국정원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보면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 사고들로 채워지며 부패의 온상인양 그려지고 있다. 그래선 안된다.

 

국정원에 대한 불만들은 정부, 나아가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불만으로까지 이어지고 이는 국가 전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국가에 대한 불신은 곧 국민 불안으로도 이어져 크고 작은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게 분명하다. 북한에서 바라는 시나리오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정치권도 정치적 공세로 국정원을 몰아세우는 일보다 이들을 사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온전히 신뢰할 수 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세워줘야 한다. 이들은 오로지 국익만 생각해 처신하는 단체로 남아야 한다.

 

손발이 묶인 국정원을 비난해 봤자다. 다시 손발 풀어놓고 잘 해보자며 다독여야 옳은 일이다. 대북정보력 약화가 우려된다면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더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한다.

 

좌파에서 국정원 개혁을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대로 단순히 권한을 축소, 운신 폭을 좁히도록 하는 방안이라면 이들의 정보력은 더 나아질 게 없다. 그렇다면 더 이상 정보력 확충에 대해 떠들지 말라. 이들을 그토록 통제하면서 무슨 결과를 기대하는가.

 

심각한 오류다. 이들의 권한을 뺏어 눈코입 가려놓으려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내라고 비난하는 것은.

 

다시말하지만 국정원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다. 정보를 캐 이런저런 이슈와 뉴스들을 전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챙기는 집단이 아니다.

 

“국가정보원 전직원은 안보와 국익을 저해하는 어떠한 위협에도 대한민국이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는 경계경보태세를 유지해 나아가겠습니다.”

 

국정원 홈피를 방문했을 때 나오는 국정원 소개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앞으로도 변함없는 지지와 관심을 국민들에게 부탁했다.

 

그래. 절대 흔들리지 말라. 어떤 흔들림에도.

 

그리고 정치권은 이들을 흔들지 말라. 선거시즌이라고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안보와 미래를 뒤흔드는 반국가적인 일이란 것을 명심하자.

 

칼럼니스트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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