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지역에서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가 6ㆍ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조국의 품에 안겼다.

 

국방부는 25일 "1950년 12월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 등에서 전사한 국군 유해 12구가 전날 공군 C-130 수송기 편으로 하와이를 출발해 이날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면서 "북한지역 국군전사자 유해를 국내로 봉환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전사자 유해 귀환의 상징성을 감안해 국가차원에서 유해봉환식을 거행했다.

 

서울공항에서 진행된 봉환식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장관,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태극기와 국방부기, 육군기, 유엔기, 성조기 등으로 구성된 기수단이 늘어선 가운데 최고의 예우를 갖춰 전사자들을 맞이했다.

 

전사자 유해 12구는 6ㆍ25전쟁 당시 국군으로 입대해 미군에 배속됐던 카투사로, 미국이 북한과 합동으로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유해 12구 가운데 고(故) 김용수 일병과 이갑수 일병은 신원이 확인되어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6월 중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나머지 10구에 대해서도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은 장진호전투 지역에서 발굴한 유해를 하와이의 미 합동전쟁포로실종자사령부(JPAC)로 옮겨 신원확인 작업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12구가 아시아 인종으로 분류되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합동으로 감식한 결과 국군 전사자로 확인됐다.

 

김용수, 이갑수 일병은 미 7사단 15전차대대 소속이었다.

 

1933년 부산에서 출생한 김 일병은 18세의 어린 나이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해 7사단에 배속되어 북진하다가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했다. 작년에 숨진 형이 생전에 동생의 유해를 찾겠다며 유전자(DNA)감식용 혈액을 채취한 것이 신원 확인의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그의 아버지 고(故) 김인주 선생도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투신해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부산에 거주하는 큰 조카 김해승(55) 씨가 유해를 맞이했다.

 

191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이 일병은 34세의 늦은 나이에 사랑하는 아내와 4살, 7살이던 어린 두 남매를 뒤로하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 하갈우리지역 전투에서 전사했다. 아들 이영찬(66), 딸 이숙자(69) 씨가 그리던 아버지와 헤어진 지 62년 만에 유해를 맞이했다.

 

이 일병은 발굴 당시 인식표가 발굴되어 유가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인 박신한 대령은 "비록 우방인 미국에 의해 발굴되었지만 미완의 과제인 북한지역에 남아 있는 나머지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국가가 책임진다는 국가 의지를 실현한 뜻깊은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자유수호를 위해 함께 싸운 한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해 신원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미측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지역과 비무장지대(DMZ)에는 3~4만여구의 국군 전사자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북측과 발굴협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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