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학부모 등이 교사를 상대로 진정을 내도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면 경찰 차원에서 소환조사 없이 각하 처리하기로 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학교폭력 사건이 많아지면서 관련 교사를 대상으로 진정·고소·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방침을 적용하기로 했다.

진정 사건의 경우 경찰 차원에서 1차 조사를 진행해보고 학교폭력 사건 대처 과정에서 교사의 직무유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거나 진정 내용이 불합리하면 교사에 대한 소환조사 등 절차 없이 종결처리하기로 했다.

진정 사건은 내사 단계에 해당하므로 경찰 자체적으로 내사를 종결함으로써 각하 처리할 수 있다.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교사를 고소·고발할 경우에도 명백한 직무유기 혐의가 포착되지 않으면 복잡한 조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기로 했다.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소 제기와 동시에 수사 단계로 접어들기 때문에 경찰이 사건 처리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면 검찰이 사건 종결 여부를 판단한다.

경찰은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교사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조사 및 처벌 여부에 대한 결정을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 19조와 20조는 '교원은 학교폭력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교장이나 학교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런 의무를 위반한 정도만으로 교사를 직무유기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학생 지도와 관련된 교사의 자체 판단이나 단순한 직무 태만, 착각 등에 따라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는 직무유기로 여기지 않는다. 의식적으로 의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할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한 직무유기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불거진 양천구 여중생 투신자살 사건의 경우 학부모가 A교사에게 지난해 4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5차례에 걸쳐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한 직무유기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은 해당 학생의 담임교사에 대한 사법 처리를 검토하라는 지침을 전달했으며 서울남부지검 역시 기소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교사가 교단에서 지니는 재량의 범위를 경찰이 법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골적이고 명백하게 직무를 유기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진정이나 고소·고발 등이 집중적으로 들어와도 교권 존중 차원에서 소환조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혐의가 불분명한 사건은 각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