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성지 순례에 나섰다가 현지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던 한국인 3명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

베두인족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이민성(53) 목사와 장로 이정달(62)씨, 현지 한국인 가이드 모종문(59·여)씨와 이집트인 여행사 직원 등 4명은 이날 오후 9시40분께 다른 일행들이 머무르는 현지 캐서린프라자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날 오후 4시30분께 시나이산 인근 유적 캐서린 사원으로부터 약 30㎞ 떨어진 지역에서 10여명의 베두인족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지 29시간여 만이다.

흰색 지프를 타고 건강한 모습으로 숙소에 도착한 이들은 한 목소리로 "폭행을 당하거나 하지 않았고 납치범들이 잘 대해줬다"면서 "모두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고 말했다.

이민성 목사는 "협상이 잘 진행돼 곧 풀려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정달씨도 "피랍될 때 상당히 걱정하고 긴장했는데 그 사람들이 편안하게 대해 줘 크게 걱정 안했다. 우리나라 국력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고, 많은 분이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종문씨는 "(납치범들한테서) 구타를 당하거나 욕설을 듣지 않았다"며 "그들은 이집트 정부와 싸운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한테) 미안하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납치범들은 한국인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최근 시나이반도 은행 무장 강도 혐의로 체포된 동료 살렘 고마 우다(29)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이 납치범들의 요구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종곤 주이집트 한국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의 석방을 확인하면서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나이반도에서는 최근 수감된 동료의 석방 등을 요구하는 베두인족 무장세력의 외국인 납치가 종종 발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랍자들은 이집트 당국과 협상을 통해 무사히 풀려났다.

한편, 풀려난 이목사 등 4명은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합류한 직후 바로 숙소를 떠나 타바를 경유해 성지 순례의 다음 목적지인 이스라엘로 넘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당초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을 거치는 9박10일 일정으로 성지순례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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