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입방정'에 이번엔 축구팬과 증권계가 눈살을 찌푸렸다.

머스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인수하겠다는 농담을 한 뒤 1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맨유 주가가 들썩거렸다.

맨유(종목명 MANU)는 이날 개장 전 시간외거래인 프리마켓에서 한때 17% 급등했다.

개장 이후에도 맨유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동부 시간 기준 오후 2시 20분 현재 주가는 5.79% 오른 13.52달러에 거래됐다.

머스크는 전날 뜬금없이 "맨유를 사들인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4시간 30분 뒤에 농담이라고 번복했다.

그는 어린 시절 맨유를 가장 좋아했고, 만약 구단을 인수한다면 그것은 맨유일 것이라면서도 "그것('맨유를 사들인다'는 트윗)은 트위터에서 오래된 농담이다. 나는 어떤 스포츠팀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농담이라고 했지만, '맨유 인수' 트윗은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 게시글에는 '좋아요' 77만 개가 달렸고, 22만 번 넘게 리트윗됐다.

CNBC 방송은 맨유의 최근 성적에 실망한 팬들이 현 구단주를 비난하면서 머스크의 트윗이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했다.

맨유는 최근 정규리그 개막 직후 2전 2패를 기록하며 최하위 꼴찌팀이라는 수모를 겪었고, 일부 팬들은 구단주인 미국 글레이저 가문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글레이저 가문은 프리미엄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했고, 2006년 맨유를 14억 달러(1조8천400억 원)에 인수했다.

'입방정'이라는 별명을 지닌 머스크의 장난 트윗이 맨유 주가를 움직이면서 미국 증권 감독 당국이 또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맨유가 2012년부터 미국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머스크 트윗이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 상장폐지 트윗을 올렸다가 번복했고, SEC는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책임을 묻겠다며 머스크를 주식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머스크는 이후 총 4천만 달러(526억 원) 벌금을 내고, 테슬라 사내 변호사들이 자신의 트윗 일부를 미리 점검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SEC와 합의했다.

미국 법무부에서 기업윤리 업무를 담당했던 훼이 첸은 블룸버그 통신에 "머스크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기업 인수 문제를 언급하면 대중은 농담인지 아닌지, 농담 반 진담 반인지를 놓고 추측한다"며 "머스크는 자신의 행동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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