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 [사진=연합뉴스]

[윤수지 기자] 정부가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과 수출 증가세 약화 등으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약화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쓴 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수출 회복과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경제 전체가 둔화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낸 셈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과 관련해 "경기가 둔화할 것 같을 때 과거 '불확실성 확대', '회복세 약화 우려' 정도로 썼던 걸 좀 더 솔직하게 표현했다"며 "전반적으로 경기가 꺾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경계심이 높아진 걸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지표상으로도 수출, 투자 등에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은 지난달 21.3% 증가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0.7% 늘어나 4월(15.3%)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 과장은 "전반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에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가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물류 차질,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2.7%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설비투자는 지난 4월에 전월보다 7.5% 줄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두 달 연속 하락했고 앞으로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연속 내려가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된 점도 부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은 잇따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세계 경제의 변동성을 고려해 전날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6%로 내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3만5천명 증가해 2000년(103만4천명) 이후 22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대통령실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를 겪는 최근 상황을 '공급 측면 위기'로 진단하면서 비상경제대응체제로 전환했다.

정부는 "비상 경제 대응 체제 전환 등 물가·민생 안정과 거시경제·리스크 관리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저성장 극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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